세계 경제의 마지막 보루로 꼽히는 중국 경제에 대해 경고음이 잇따르고 있다. 미국 유럽의 경기침체에 따른 수출 부진,부동산 경기침체 등 경기 후퇴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중국 정부는 안정적 성장을 낙관하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경제성장률이 5%대로 추락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고개 드는 경착륙 우려

2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지난 2년간 중국 경제를 낙관해왔던 황이핑(黃益平) 바클레이즈캐피털 애널리스트는 "상하이증시가 지난달에만 8.1%나 급락한 데서 알 수 있듯이 투자자들은 중국 경제에 대해 비관적인 전망을 갖고 있다"며 "미국과 유럽의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지면 중국 경제성장률은 5.5~6.5%에 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과잉생산에 따른 디플레이션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중국의 올 1~8월 고정자산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25% 증가한 반면 개인소비는 16.9%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과잉생산에 따른 물가 하락의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지적했다.

예를 들어 중국 자동차업체들은 2015년 연간생산능력을 4000만대로 늘릴 계획이지만 실제 소비는 3000만대 수준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런 상황은 철강 태양광 의약품 등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신문은 "2008년 금융위기 때 중국은 디플레이션으로 인해 대량 해고 등을 경험했었다"며 "이번에도 경제에 큰 충격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위안화 매물 급증

외환시장에서는 이미 심상찮은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중국은 위안화 가치의 점진적 상승을 추진하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안전자산 선호현상으로 위안화 매도물량이 크게 늘어났다. 지난달 30일 인민은행의 위안화 고시가격은 달러당 6.354위안이었지만 상하이 외환시장에서는 6.378위안에 마감됐다.

홍콩 역외시장에서 위안화 12개월물 선물가격은 6.4000~6.4270이었다. 최근 2주 동안 인민은행은 위안화 고시가를 0.46% 끌어올렸지만 정작 시장에서는 위안화 가치가 0.02% 떨어졌다.

셰둥밍(謝棟銘) 싱가포르 화교은행 애널리스트는 "역외시장에서 위안화 매도가 집중되면서 환율이 급변하고 있다"며 "인민은행이 고시가를 통해 조정에 나서고 있지만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추이리(崔歷)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C) 애널리스트는"중국 경제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이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수출 부동산 소비 등 중국의 성장을 주도해온 분야들이 한꺼번에 부진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은 여전히 성장 낙관

그러나 중국의 성장 전망을 낙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지난 1일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중국의 9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전월에 비해 0.3포인트 상승한 51.2를 기록,제조업 경기가 여전히 확장세에 있음을 보여줬다.

취훙빈(屈宏斌) HSBC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경제는 긴축으로 산업활동이 당분간 둔화되겠지만 경착륙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며 "향후 수년간 8.5~9.0%대의 고성장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판젠핑(范劍平) 국가정보센터(國家信息中心) 경제예측부 주임은 "중국은 내수를 적극 부양해 해외시장의 위험을 차단할 것"이라며 "설령 미국과 유럽의 위기가 심화되더라도 재정 지출을 늘려 저성장 국면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베이징=김태완/도쿄=안재석 특파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