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대출을 받은 기업이나 개인사업자의 부담이 커진 것은 두 가지 이유다. 우선 원 · 엔 환율이 뛰었다. 기업이나 개인사업자는 엔화 대출 원리금을 갚기 위해선 원화를 엔화로 바꿔야 한다. 2008년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1억원이면 환율 급등으로 1000만엔 이상의 엔화를 마련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1억5000만원이 있어도 1000만엔을 구할 수 없다. 원화로 환산한 원리금 부담이 50% 이상 늘었다는 얘기다.
여기에다 담보로 제공한 자산(토지나 공장 등)의 가치가 떨어져 추가 담보를 내거나 추가 금리를 부담해야 한다. 엔화 대출 때는 담보가치를 엔화로 평가하기 때문이다. 원 · 엔 환율이 뛰면 엔화로 평가한 담보가치는 당연히 줄게 된다. 크레인 부품업체 대표 A씨는 "추가담보를 낼 게 없어 이자를 더 내야 해 총 이자율은 연 7%를 넘는다"고 말했다.
수출입 거래기업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엔화를 결제통화로 해서 기한부 환어음(유전스)을 발행한 수입업체는 어음의 만기가 돌아올 때 원 · 엔 환율이 뛰면 그만큼 결제금액을 더 지급해야 한다. 은행 관계자들은 "상당수 수입업체가 결제를 미루거나 결제통화를 엔화 대신 달러나 유로화로 바꿔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개인사업자는 불어난 원리금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연체에 내몰리고 있다. 2006년 한 시중은행에서 1억7000만엔의 대출을 받은 개인병원 B원장은 처음엔 월 이자가 700만원 정도였지만 요즘엔 7000만원으로 불어났다. 원 · 엔 환율이 높아져 실제 이자율이 50% 높아진 데다 은행이 이자를 제때 갚지 못한 연체금에 대해선 연 25%의 이자율을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엔화 대출로 인해 피해가 이처럼 커진 데는 은행들의 무리한 대출 확대에 원인이 있다는 지적이다. 은행들은 2005~2007년 대출고객을 늘리기 위해 최저 연 2%대에도 엔화 대출을 내줬다. 당시엔 대출의 목적도 따지지 않았다. 엔화 대출이 문제가 되자 금융당국은 지난해 7월 실수요 목적으로만 제한했다. 지난달 말 현재 국내 은행권의 엔화 대출 잔액은 1조엔 수준이다. 은행별로는 기업은행이 2618억엔으로 가장 많고 산업은행(2218억엔),우리은행(1426억엔),신한은행(1397억엔),하나은행(1191억엔) 등의 순이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