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의 회원을 모집해 다른 상조회사로 옮겨다니며 수당 등 각종 인센티브를 챙기고 기존 고객의 계약전환까지 유도하는 '떴다방' 불법영업이 상조업계에 판을 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고객보호를 명분으로 할부거래법(상조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계약해지 시 3일 내 환불'조항이 신설됐는데 일부 상조회사 임직원들이 이를 악용해 잇속을 챙기고 있다.

김홍섭 선문대 교수(법학과)는 2일 "할부거래법 개정 당시부터 예견됐던 일"이라며 "갈수록 상조회사의 고객 확보전이 치열해지면서 많은 고객을 확보한 영업맨을 데려와 자기회사 고객으로 전환시키는 악용 사례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타사로 고객 넘기고 이직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이날 경쟁업체 직원을 매수해 회원정보를 빼돌린 혐의(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임모씨(62) 등 상조업체 A사 임직원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이 업체에서 돈을 받고 영업비밀을 유출한 혐의(배임수재 등)로 김모씨(51 · 여) 등 전 B사 직원 5명도 함께 입건했다. 임씨 등 A사 임원들은 지난 2월부터 최근까지 B사에서 지역 본부장을 맡고 있던 김씨 등을 영입해 이들이 관리하던 회원 3만6000여명의 개인정보를 입수,자기 회사 회원을 늘리는 데 이용한 혐의다.

김씨 등은 적게는 3000만원에서 많게는 2억1000만원을 받고 자신이 속한 B사 내부망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넘겨줬고,임씨 등은 이를 이용해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 휴대전화번호 등 회원정보를 빼낸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김씨 등은 A사로 이직했다. A사는 B사와 계약을 한 회원 533명의 계약해지에 따른 위약금 등을 대신 물어주고 계약업체를 바꿨다.

◆계약해지 시 즉시 환불 교묘히 악용

상조업계에 떴다방 영업이 등장한 건 작년 개정된 할부거래법에 신설된 조항의 허점탓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계약일로부터 14일 이내 위약금 없이 청약철회가 가능하며,서비스를 받기 전 위약금만 내면 계약해지도 할 수 있다. 청약철회 및 계약해지를 원하면 3일(영업일 기준) 이내 환급을 의무화했고 지연 시 고객에게 지연 이자를 지급하도록 했다.

이전에는 명확한 근거가 없어 계약해지 시 업체들은 '나몰라라' 하는 입장이었고 고객들은 공정위에 신고 접수해 분쟁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법 개정 이후 계약해지가 수월해지자 각 상조회사 영업본부장들이 그 틈을 파고 든 것.상조업계 관계자는 "각 상조회사 영업본부장들은 회사 명함을 들고 다니지만 사실상 소사장"이라며 "밑에 설계사를 두고 회원을 모은 뒤 보다 좋은 조건에 경쟁업체로 옮겨 고객의 계약해지와 새로 간 회사로 가입을 유도한다"고 귀띔했다. 이 과정에서 기존 회원의 개인 신상정보를 덤으로 넘기는 경우도 허다해 2차 피해사례도 우려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대부분의 사항을 설계사에게 맡겨 일부 회원은 자신이 계약한 회사가 바뀐 줄도 모르고 있었다"고 말했다.

김선주 기자 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