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이 점포] 와인·허브 섞어 고기맛 살려...변두리서 月순익 600만원
인천시 구월동에 있는 치킨전문점 ‘구어진닭’. 지난해 8월 개점한 이 가게는 마리네이드로 가공한 닭을 오븐에 구워내는 요리법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마리네이드란 서양식 고기양념으로 올리브오일, 레몬, 식초, 와인, 향신료, 허브 등을 섞어 고기의 잡냄새를 제거하고 육질을 부드럽게 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 가게를 운영하는 고민성 사장(32·사진)이 가장 신경을 쓴 것은 맛이었다.

흔하디 흔한 게 치킨점인 데다 가게입지도 변두리여서 대박상권과는 거리가 멀었다. 더구나 매장 규모도 작아 홀과 배달을 함께 해야 하는데 맛이 없으면 실패할 게 불을 보듯 뻔했다. 기름에 튀긴 음식을 싫어하는 고 사장은 자신이 좋아하는 구운 치킨전문점을 하고 싶어 이름난 맛집을 모조리 섭렵했다. 하지만 아무리 맛있다는 집도 고기에서 냄새가 났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몇 달을 매달렸다. 그런데 해법은 의외로 간단했다. 우선 식재료가 신선해야 했다. 더 중요한 것은 좋은 양념으로 고기를 숙성시키는 일이었다. 이 두 가지 중 한 가지만 잘못돼도 맛이 없어지거나 육질이 질겨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결국 어떤 양념으로, 얼마 동안 숙성시키는가를 알아내는 게 관건이었다.

“인터넷을 뒤지고 요리의 달인이란 사람들을 찾아다닌 끝에 마리네이드란 서양식 고기 양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이 양념으로 고기를 가공한 후 24시간 숙성시키니까 고기의 잡냄새가 없어지고 육질도 부드러워지더군요. 그 후에 오븐에서 구워내면 향긋한 냄새가 나는 오븐구이가 탄생합니다.”

일단 냄새 제거에 성공하자 고 사장은 직접 조리에 들어갔다. 맛은 있었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양념을 만드는 과정이 보통 힘든 게 아니었다. 치킨의 기름을 제거하고 마리네이드 양념을 만들어 숙성시키는 일련의 과정은 노동강도가 일반 치킨점과 비교할 수 없었다. 이렇게 해서는 고객 수요에 제대로 맞출 수 없을 뿐더러 체력도 바닥나기 십상이란 생각이 들었다. 결국 반가공 제품을 공급해 줄 수 있는 업체 물색에 나섰다. 수많은 치킨양념 생산공장과 창업박람회를 다니면서 수소문한 결과 드디어 공급업체를 찾아냈다.

“맛있는 양념을 직접 생산하는 것도 좋지만 육체적으로 너무 힘들어 피곤해지면 다음날 장사를 할 때 손님들에게 제대로 서비스하지 못할 게 뻔하지요. 그래서 좀 더 생산적인 방법이 없을까 발품을 팔았던 겁니다.”

고 사장은 최근 배달영업을 강화하기 위해 지역밀착 마케팅에 신경을 쓰고 있다. 덕분에 매출이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점포를 직접 찾는 홀 손님 중에는 가족 단위의 고객이 많이 온다. 담백한 치킨 맛을 선호하는 여성고객들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55㎡(17평) 규모의 점포임에도 불구, 요즘 한 달 매출 2000만원에 순이익 600만원을 올리고 있다. 권리금과 보증금, 시설비 등 창업비용이 총 6000만원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투자 대비 수익률이 엄청나다. 조류인플루엔자(AI) 같은 닭 관련 질병이 퍼질 때 받을 수 있는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치킨 외 메뉴를 다양화해 바비큐족발, 오리구이, 훈제소시지 등도 갖췄다. (032)465-9999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