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읽기'] 선진국 '정부의 실패'…한국 '10월 위기설' 키운다
일본 경제의 '잃어버린 20년',리먼 브러더스 사태,유럽 재정위기….선진국 정부의 대표적인 정책실패 사례다.

이론적으로 보이지 않는 시장의 손이 본래의 기능인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을 하지 못하는 경우를 '시장의 실패(market failure)'라고 한다. 시장이 규모의 경제와 정부의 인 · 허가 요인으로 독과점되거나 완전경쟁시장이라도 외부효과,공공재,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존재하면 시장의 실패가 일어난다.

한 나라의 경제가 이런 상황에 빠지면 정부가 보이는 손을 갖고 불완전한 시장의 기능을 보완한다. 정부의 보이는 손이 완전한가에 대해서는 한마디로 답할 수 없다. 하지만 정책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보면 '정부의 실패(government failure)',즉 정부에 의한 자원배분의 비효율성과 불공정한 현상도 자주 목격된다.

정부의 실패가 생기는 데는 여러 원인이 있지만,정책 결정이 정치인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정치인은 의사결정을 함에 있어 정권 유지,선거공약과 같은 개인적인 이해관계에 영향을 받는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공화당 입장이 반영된 부채 협상을 최종 승인한 게 대표적인 예다.

정부의 정책 결정에 있어 정치인보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관료조직이다. 양심적인 공직자도 있지만,모든 공직자가 다 공익에 충실하다고 볼 수 없다. 공직자도 사람이기 때문에 사익을 공익보다 앞세우게 되고,이 경우 올바른 의사결정은 어렵다. 이를테면 특정 지역의 부동산 대책을 강구하는 공직자가 해당 지역에 살 경우 자신의 재산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기는 힘들다.

시장의 실패 원인으로 분배의 불공평을 들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의 재분배 정책이 필요하다. 재분배 정책의 취지는 '있는 계층'을 대상으로 세금을 거둬 '없는 계층'으로 소득을 이전하는 것이지만,실제로는 '있는 계층'의 이익을 옹호하는 쪽으로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이 현상은 지난 3년간 금융위기 극복 과정에서 심하게 나타났다.

또 하나의 시장의 실패 원인으로 불완전한 정보를 들고 있는데,이는 정부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정부에서 문제가 되는 불완전한 정보는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하나는 경제주체 간 비대칭성으로 정보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경우고,다른 하나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다.

[한상춘의 '국제경제읽기'] 선진국 '정부의 실패'…한국 '10월 위기설' 키운다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미국과 유럽이 추진했던 정책 가운데 경기대책이 대표적인 사례다. 위기 발생 초기에 미국과 유럽 국민들이 이미 어려움을 느끼는 상황에서 위기 극복을 낙관한 미국 행정부와 유럽 국가들은 잘못된 정보로 초기 대응에 실패,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빠졌다.

정부 정책의 성공 여부는 경제 주체가 정책에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다르다. 정부가 아무리 좋은 정책을 내놓는다고 하더라도 가계나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반응하지 않으면 실패하게 마련이다. 최근 미국 일본 유럽 등 대부분 선진국에서 우려되고 있는 '죽은 시체와 같다'는 의미의 '좀비 경제'가 그런 경우다.

지난 1년 반 동안 그리스 등의 어려움을 덜어주겠다는 취지로 구제금융을 줬던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유럽 재정위기를 자초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버티면 탕감해 주는 데 왜 고통을 분담하느냐'는 도덕적 해이가 당연히 예견된 상황에서 이에 대한 보완책 없이 성급하게 구제금융을 준 게 부작용을 일으킨 것이다.

선진국 정부의 실패는 한국 등 역외국에 미치는 충격이 더 크다. 리먼 사태 이후 주가하락률을 보면 미국의 다우존스지수는 50%에 미치지 못한 반면 코스피지수는 65%,위기 직후 850원 밑으로 상승할 것으로 봤던 미국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거꾸로 1600원까지 폭락했다. 유럽 재정위기가 재차 불거진 지난달 이후 코스피지수와 원화 가치 하락폭도 가장 컸다.

정부의 실패가 있다고 시장에 전혀 개입하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정부 개입의 비용이 시장의 실패 비용보다 적으면 정부 개입은 정당화될 수 있다. 반대로 시장의 실패 비용이 정부 개입비용보다 적다면 설령 시장의 실패가 있다고 하더라도 정부가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다른 어느 경제주체보다 정부가 처신하기 어렵고 정치인이나 관료조직이 국민의 공복(公僕)이 돼야 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분명한 것은 선진경제일수록 자원배분에 있어서는 보이는 손보다는 보이지 않는 손을 중시하고,이를 위해 시장과 정부와의 관계는 '작은 정부'를 지향한다는 점이다.

각국 정부는 위기 극복이라는 미명하에 그동안 추진했던 정책들이 왜 실패하는지를 곰곰이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이를 토대로 앞으로 추진할 모든 정책의 기본원칙은 정부보다는 시장 중심으로 되돌려 놓아야 한국 증시의 '10월 위기설'이 근본적으로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