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법 개정 이후 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글로벌 투자은행(IB) 업무 강화에 나서고 있다. 가장 두드러진 곳은 우리투자증권과 삼성증권,대우증권이다. 최근의 외형 확대 움직임에 발맞춰 인원을 늘리고 지점을 신설하거나 외국 IB들과의 제휴를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증권사별로 접근방식의 색깔 차이는 뚜렷하다.

우리투자증권은 홍콩 법인이 해외 IB 사업을 진두지휘하도록 체계를 바꿨다. 지난달 14일 조직 개편을 통해 홍콩 법인을 아시아 본부로 격상시키고 해외에서 이뤄지는 모든 IB 업무를 본사 IB본부가 아닌 홍콩 법인에서 총괄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법인영업사업부 소속이던 홍콩 법인을 글로벌사업총괄 산하로 옮겼다. 또 현지에서 법인장을 직접 채용했던 관행과 달리 기동환 상무가 홍콩 법인장과 글로벌사업담당을 모두 맡아 본사와의 긴밀성을 강화했다.

IB사업부에 있던 싱가포르 법인도 홍콩 법인처럼 글로벌사업총괄 밑으로 이관했다. 상품전략본부 소속이던 싱가포르 헤지펀드운용사 우리앱솔루트파트너스를 싱가포르 법인 자회사로 두는 등 해외 법인의 권한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삼성증권도 최근 홍콩 법인과 상하이 사무소에 각각 2명의 인력을 파견하는 등 해외 법인 역량 강화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우리투자증권과 반대로 국내 본사 IB본부가 해외 법인의 IB 부문을 총괄 관리하는 형태를 띠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달 본사 IB본부 안에 해외IB사업팀을 신설했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그동안 해외 법인은 법인 영업이 주가 되다보니 IB 부문은 상대적으로 취약했고,해외 법인이 알아서 진행하는 식이었다"며 "앞으로는 해외 법인의 IB 부문을 강화하고 현지 법인장 대신 본사에서 사업 책임을 맡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외 IB 사업 방향도 대형 기업공개(IPO)와 크로스보더 M&A(외국 기업과의 인수 · 합병)에 무게중심을 뒀다.

대우증권도 행보가 빠르다. 현재 추진하는 증자가 마무리되면 홍콩 법인의 자본금을 2억달러에서 3억달러로 늘리기로 했다. 또 중국 베이징에 투자자문사를,싱가포르에는 헤지펀드 운용사를 설립하기로 했다. 해외 법인 거버넌스(관리 통제 체제)와 관련해서는 우리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의 중간형태를 택했다. 해외 법인과 한국 본사 간 업무를 공유하는 매트릭스(matrix) 체제를 도입하기로 한 것이다. 대우증권 관계자는 "해외 IB 부문은 현지 법인장의 지휘를 받지만 그와 별도로 본사 IB본부에 보고해 업무를 조율하는 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경봉/강유현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