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석유공사가 대규모 기업어음(CP) 발행을 재개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석유공사가 해외 자원개발 관련 광구투자와 인수 · 합병(M&A)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석유공사는 지난달 28일 7000억원의 CP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했다. 당초 5000억원을 고려했지만 입찰 결과 투자수요가 몰리면서 규모를 늘렸다. 3개월 만기로 발행금리는 연 3.52%로 낙찰됐다. 석유공사와 동일한 A1등급 CP의 평균 수익률 대비 0.08%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시장 관계자들은 석유공사가 다시 대규모 CP 발행에 나선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사업투자,M&A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지난해 석유공사는 설립 후 처음으로 CP를 발행해 2조원가량을 확보했다. 조달한 자금은 영국 다나 페트롤리엄 인수에 사용했다. 발행한 CP 전액은 지난해 말 보유하고 있는 현금성 자산으로 상환했다. 석유공사는 "단기 차입금을 롤오버(차환)하기 위한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석유공사는 2012년까지 하루 생산량 30만 배럴,매장량 20억 배럴의 광구를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대형화를 위해 2008년부터 미국 캐나다 페루 영국의 석유회사를 인수해 석유 · 가스 자주개발률을 높이고 있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해외 석유개발사업에 대한 활발한 투자와 M&A 추진으로 대규모 자금 수요가 계속될 것"이라며 "외부차입이 증가하면서 재무안정성에 영향을 받을 수 있어 속도조절에도 신경을 쓸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석유공사의 현금성 자산은 1조6000억원(상반기 말 기준)이다. 차입금 의존도는 34.4%,부채비율은 182.2%다. 투자부담으로 지난해에만 순차입금이 약 2조3000억원 증가했다. 하지만 현금화가 쉬운 비축유와 8조3000억원의 지분법 투자주식(지난해 말 기준),4조원을 웃도는 무형자산 등이 있어 재무구조가 탄탄한 편이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