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올 2월 이후 신규 선박 수주량에서 중국을 제치고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고부가가치선 수주를 바탕으로 지난해 뺏겼던 수주잔량 세계 1위 자리도 조만간 되찾을 분위기다.

하지만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수주 감소와 선박가격 하락,후판 가격 상승 등 3중고에 시달리고 있어서다. 올 3분기 들어 미국 · 유럽발 경기침체 우려로 선박과 해양플랜트 수주는 급감하기 시작했다. 2008년까지 선박이 이미 많이 공급돼 있어 신규 수주 때는 제값을 받기가 힘든 것으로 알려졌다. 선박 가격은 2008년 선가와 비교할 때 20~30%가량 하락한 상태다. 여기다 올 상반기엔 후판 가격마저 10% 이상 올라 수익성 확보가 더 어려워졌다.

지난 상반기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빅3' 조선업체들은 대규모 수주에도 불구하고 실적은 주춤했다. 조선사마다 지난 2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0% 정도 늘었지만 반대로 영업이익은 10%가량 줄었다. 올 하반기에도 이 같은 분위기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국내 조선 빅3 최고경영자(CEO)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이재성 현대중공업 사장은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세계 경기불황에 대한 우려가 조선 시황을 짓누르고 있는 건 사실"이라며 "올 2분기부터 수익성이 예전보다 떨어지기 시작해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인식 삼성중공업 사장은 "금융위기 이후에 수주한 선박 가격이 썩 좋지 않기 때문에 영업이익률 하락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내년이 더 큰 문제"라고 했다.

반면 최악의 상황은 지났기 때문에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남상태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2008년 이후 조선업은 바닥을 친 상태이기 때문에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