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벤처인들의 글로벌 네트워크인 인케(INKE · 한민족 글로벌 벤처 네트워크) 정기모임인 '2011 인케 제너럴'이 4일 개막한다. 오는 8일까지 서울무역전시장 등에서 닷새 동안 열리는 이번 행사는 재외 한인 사업가인 인케 회원들이 해외 진출이 유망한 국내 중소 · 벤처기업의 제품과 기술을 발굴하는 자리다.

올해로 출범 11주년을 맞은 인케는 벤처기업협회와 한국경제신문이 순수 민간 조직으로 탄생시킨 조직이다. 10여년 새 44개국에 73개 지부를 둔 '글로벌 보부상'으로 성장했다. 초창기 유럽 아시아 중심이던 인케는 중남미 아프리카에까지 뿌리를 내렸고 해외 회원 수는 900여명에 이른다.

이번 인케 행사는 벤처코리아,창업대전,비즈쿨페스티벌,컨설팅 혁신대전,시니어 창업경진대회 등을 연계해 '대한민국 벤처 · 창업 대전'과 함께 열린다. 벤처 · 창업대전은 5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무역전시장에서 개최된다. 이에 따라 이번 행사는 국내 벤처기업,벤처투자자,예비창업자,해외 한인벤처인 등이 모두 참여해 국내 벤처산업의 재도약을 다짐하는 교류의 장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인케는 국내 중소 · 벤처기업의 해외시장 진출을 돕는 수출 도우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2005년 2000만달러를 시작으로 이듬해 1억달러의 수출 알선 실적을 일궈냈다. 2007년 1억9000만달러,2008년 2억1000만달러,2009년 3억4000만달러,2010년 4억1000만달러로 해를 거듭할수록 빠르게 실적을 불려가고 있다. 홍병철 인케 회장은 "올해는 4억5000만달러를 거뜬하게 돌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페루 등 남미에 대한 디지털병원 수출이 탄력을 받고 있는 것도 인케의 역할 덕분이었다. 디지털병원수출조합(이사장 이민화)이 지난 7월 800병상급의 페루 육군병원 신축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로 페루 정부와 합의했는데 인케 리마 지부의 힘이 컸다. 유시내 리마 지부 의장이 페루 육군병원,보건부,국립보험연금공단 등 관련 기관을 끈질기게 설득해 성과를 이끌어냈다. 이민화 이사장은 "풍부한 현지 사업 경험을 갖고 있는 인케 지부가 발벗고 나서준 덕분에 남미 지역에 수출 물꼬를 틀 수 있었다"며 "페루에만 10억달러 이상의 수출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휴비딕 삼중테크 등도 인케의 탄탄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해외 시장을 개척하고 있는 케이스다. 비접촉식 적외선체온기를 개발한 휴비딕은 인케의 도움으로 미국과 일본 시장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게 됐다. 이미 유럽 중동 등 35개국에 체온기를 수출하고 있으나 일본과 미국에서는 의료기 판매 허가 등의 걸림돌 탓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하지만 인케 도쿄 지부(의장 이강현)의 도움으로 일본 후생성의 허가를 눈앞에 두었고 뉴저지 지부(의장 정승화)에서는 미국 대형마트 납품을 주선받았다. 신재호 휴비딕 대표는 "인케 덕분에 미국 일본 등 대형 의료기 시장에 진출할 수 있게 됐다"며 "앞으로 수출이 크게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중테크는 하얼빈 지부(의장 주태호)의 주선으로 지난 4월 중국 하얼빈시의 하얼빈메트로 1호선에 400만달러 규모 스크린도어 시스템을 공급하게 됐다. 이 회사가 인케와 인연을 맺은 것은 2008년 열린 인케 정기총회에서였다. 이 회사의 제품과 기술을 눈여겨본 주태호 하얼빈 지부 의장은 하얼빈메트로 실무자들이 삼중테크 제품을 테스트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줬다.

인케 지부가 2007년부터 현지에 개설하기 시작한 상설 마케팅 공간인 '코리아 벤처 갤러리'도 국내 중소 · 벤처기업들의 수출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곳에는 국내 150여개 중소 · 벤처기업이 만든 우수 제품이 전시돼 있다. 지다(사우디아라비아),후쿠오카(일본),상파울루(브라질),호찌민(베트남),부에노스아이레스(아르헨티나),소피아(불가리아) 등 6곳에 설치돼 있으며 올해 2000만달러의 수출 실적을 기대하고 있다. 인케는 연내에 쿠알라룸푸르(말레이시아)와 방갈로르(인도)에도 벤처 갤러리를 설치할 예정이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