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 26 서울시장 보궐선거 중간 성적표는 일단 야권의 판정승이다.

한나라당은 범여권 시민후보로 나온 이석연 전 법제처장이 조기 사퇴하면서 맥빠진 상황이 됐다. 당내 경선 이벤트도 불발로 끝나 일찌감치 나경원 후보로 정리됐다.

이번 선거가 오세훈발 무상급식 갈등으로 빚어진 데다 연이어 불거진 대통령 측근인사의 비리의혹으로 민심이 악화돼 다급해진 상황이다.

한나라당은 부동층 흡수보다는 당 조직력을 최대한 가동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보수세력을 결집시키는 데 온 힘을 쏟는다는 방침이다.

그럼에도 친이 · 친박의 보이지 않는 갈등 등 당내의 복잡한 사정이 부담이다. 지난번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해 2%가량의 득표율을 올린 지상욱 자유선진당 후보라는 변수도 남아 있다. 지 후보가 내년 총선에서 나 후보의 지역구(서울 중구) 출마를 고리로 단일화한다면 나 후보에겐 호재가 될 수 있다.

야권은 단일화 경선을 통해 여론의 관심을 모으는 데 일단 성공했다는 자평이다. 초반 후보를 못내 전전긍긍했던 민주당은 당내 경선을 통해 기자 출신의 박영선 의원(재선)을 후보로 결정하면서 당력을 결집했다. 흥행몰이의 최대 기여자는 역시 박원순 후보다.

그는 '안풍'(안철수 바람)에 힘입어 유력한 서울시장 후보로 급부상했다. 지난달 6일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의 단일화 선언 이후 5%대였던 그의 지지율은 단번에 50% 안팎으로 뛰어올라 여타 후보들을 압도했다.

특히 1위를 달리는 박원순 후보의 대기업 기부금 논란이 여론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강용석 무소속 의원이 연일 박원순 후보가 시민단체활동 당시 대기업으로부터 거액의 후원금을 받은 사실을 공개하자 박원순 후보의 도덕성 문제는 뜨거운 감자가 됐다. 여당은 물론 야권 단일후보 경선에서 경쟁했던 박영선 후보도 이를 공격 포인트로 삼았다.

당초 여론조사에서 최대 30%포인트까지 벌어졌던 박원순 후보와 박영선 민주당 후보의 격차가 막판 15%포인트 안팎까지 좁혀진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두 사람의 격차가 줄어들면서 범야권 전체의 관심이 부쩍 높아졌고 흥행의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