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후반 파리의 인상주의자들은 만나기만 하면 아옹다옹해댔다. 이들은 매주 목요일 몽마르트르 언덕 부근의 카페에 모여 독주 압생트를 마시며 새 시대의 미술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한 치 양보도 없는 설전을 벌였다.

모네와 피사로는 그림 자체의 조형적 아름다움에 충실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인 데 비해 마네는 산업혁명 이후 변화하는 도시인의 삶을 묘사해야 한다고 맞섰다.

당시 파리에는 중산층이 대두하면서 레저활동을 즐기는 사람들이 크게 늘고 있었는데 인상주의 그룹의 막내인 카유보트의 작품 속에는 그런 신흥 중산층의 풍요로운 삶이 녹아 있다. 녹음이 짙게 드리워진 예르강(센 강의 지류)을 노 저어 가는 사람들의 모습 속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넉넉한 삶의 여유가 느껴지는 듯하다.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