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제1야당의 조직세를 꺾었다. '안철수 현상'으로 시작된 바람은 시민단체 출신인 박원순 후보를 단숨에 범야권 단일후보의 자리에 올려 놓았다. 조직력을 앞세운 민주당은 국민참여경선에서 막판 대역전을 시도했으나 변화를 갈망하는 시민들의 바람을 뛰어 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박원순 후보의 경선 승리로 '안철수 현상'은 오는 26일 서울시장선거와 내년 총선까지 이어지는 '현재진행형'으로 지속되게 됐다.

초반 5%의 지지율에서 출발한 박원순 후보는 지난달 안철수 서울대 교수의 서울시장 후보 양보 선언 이후 순식간에 50% 가까이 치솟으며 여야 서울시장 후보 가운데 지지율 1위에 올라섰다. 기존 정당정치에서 볼 수 없었던 '양보'가 던진 신선함과 새로운 정치를 원하는 시민들의 욕구가 반영된 결과였다.

박원순 후보는 경선 막판 박영선 후보와 지지율 격차가 10% 내외까지 좁혀지며 거센 추격을 받았다. "막판 뒤집히는 것 아니냐"는 위기론이 고개를 들었다. 민주당의 조직력이 가동되는 국민참여경선을 감안할 경우 섣불리 박원순 후보의 승리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가 승패를 갈랐다. 이날 국민참여경선은 당초 예상과 달리 아침부터 오후 7시 마감 때까지 아이들의 손을 잡고 나온 주부,젊은층의 참여가 두드러졌다. 오전까지 국민참여경선을 통한 역전드라마를 기대했던 민주당 관계자들의 얼굴은 시민들의 참여가 계속되자 흙빛으로 변했다. 한 핵심 당직자는 "1만3000명 정도가 참여할 경우 6 대 4의 승리를 예측했으나 이보다 5000명가량이 많은 1만8000명이 투표했다는 것은 박원순 후보 지지층이 적극 참여했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오전에 위기감을 느꼈던 박원순 후보 측도 오후 들어 '유모차 부대'까지 투표장에 나타나자 여유를 찾았다.

이날 투표장을 찾은 공지영 작가,조국 서울대 교수 등도 '투표 인증샷'을 찍어 트위터에 올리며 유권자들의 투표를 독려했다.

김형호/허란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