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을 후대(後代)에 물려주는 방법으로 상속과 사전 증여를 들 수 있다. 두 가지 방법 모두 무상으로 자산이 이전된다. 하지만 상속은 사망해서 자산을 물려주는 것인데 비해 증여는 생전에 자신의 의지에 따라 자산을 물려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상속세나 증여세에 대해 큰 관심을 갖지 않았으나 부동산 가격 상승과 한 자녀 가정이 늘어나면서 세금 중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상속세와 증여세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다.

상속세를 절세하기 위한 방법으로 가장 많이 이용하는 것이 사전증여다. 사전증여를 통해 상속세를 줄일 수도 있지만 잘못 증여하는 경우 오히려 상속을 통해 자산을 이전하는 것보다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할 수도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상속세나 증여세의 경우 세법에 대해 이해하고 미리 준비한다면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많은 세금을 줄일 수 있다. 이 경우 사전 준비가 곧 절세의 지름길이므로 시간을 두고 전략을 세워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증여는 10년 단위로 하는 것이 유리하다

10년 이내에 같은 사람에게 증여를 하게 되면 일정한도 내에서 증여세를 공제받을 수 있다. 배우자에게는 10년 동안 6억원까지 세금없이 증여할 수 있으며 성년 자녀에게는 3000만원까지 증여세 공제가 가능하다. 미성년자일 때는 공제한도가 1500만원이다. 따라서 증여할 때 이런 공제한도를 제대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가능한 한 빨리 증여하는 것이 좋다. 10년 단위로 사전증여하면 상속세 과세가액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다. 증여일로부터 10년이 지나면 상속재산에 포함되지 않고 증여공제가 10년마다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금보다 임대소득이 있는 부동산 증여가 좋다

근린상가와 같은 부동산을 증여하는 경우 원칙적으로 시가를 기준으로 증여세를 납부한다. 하지만 공정 거래가액이 파악되기 어렵기 때문에 실거래가가 아닌 기준시가를 기준으로 산정할 수 있으므로 현금보다는 부동산 증여가 유리하다. 기준시가가 낮고 실거래가격이 높은 부동산을 증여하면 차액만큼 증여세를 절감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증여한 부동산의 임대가 가능할 경우 부동산에서 발생하는 임대소득이 함께 후대로 이전되므로 소득의 분산효과까지 누릴 수 있다.

부동산의 고시가격은 시장 가격변화에 따라 매년 조정된다. 따라서 가격이 오르고 있다면 새로운 고시가격이 인상 조정되기 전에 서둘러 증여하고 가격이 내리고 있다면 새로운 가격이 인하 조정된 후 증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향후 자산가치 상승이 예상되는 자산을 먼저 증여하라

증여세는 증여시점의 가치를 기준으로 부과되므로 증여 후 해당 재산의 가치가 늘어날 경우 수증자 입장에서는 별도의 세부담 없이 가치 상승에 따른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증여할 재산이 하나라면 상관없지만 여러 재산 중 하나를 증여해야 한다면 상대적으로 가치가 더 많이 상승할 것으로 기대되는 재산을 증여하는 것이 좋다.

증여시점에서는 재산가치가 10억원으로 동일한 부동산 A와 B가 향후 A는 30억원, B는 20억원으로 가치가 상승한다고 하면 B보다 A를 사전 증여하는 것이 더 큰 절세효과를 볼 수 있다. B의 사전증여 절세 효과는 10억원의 가치상승에 대한 세금이지만 A는 가치상승분 20억원에 대한 세금만큼 절세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재산가치가 상승하기 전에 미리 증여해야

증여세는 증여 재산의 가치가 클수록 세율이 10%에서 50%까지 점점 높아진다. 따라서 재산 가치가 상승하기 전에 미리 증여해야 세금을 적게 낼 수 있다.

1억원의 재산을 자녀에게 바로 증여한다면 자녀는 10%의 세율로 1000만원 (증여재산 공제와 신고세액 공제 무시)의 증여세를 부담해야 한다. 하지만 5년이 지나 재산가치가 2억원이 된 후 자녀에게 증여한다면 재산가치가 높아진 만큼 세율도 20%로 높아져 자녀는 3000만원의 증여세를 내야 한다.

이처럼 재산가치가 상승하는 경우 증여시점이 늦어질수록 세금 부담이 점점 증가하기 때문에 가치가 상승하기 전에 미리 증여해야 세금을 줄일 수 있다.

◆수증자를 여러 명으로 분산하는 것이 좋다

증여세는 증여받는 사람을 기준으로 부과되므로 수증자가 늘어나면 증여재산 공제를 수증자가 각각 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세율도 낮아진다. 한 명에게 증여하는 것보다 세부담 측면에서 훨씬 유리하다.

◆부채도 함께 이전시키는 부담부증여 활용

부담부증여란 채무가 포함된 증여재산을 물려주는 것을 말한다. 증여재산 가액에서 해당 채무액이 공제돼 증여가액이 감소된다. 반면 해당 채무액만큼은 유상양도로 보아 양도소득세가 증여자에게 과세된다. 부동산을 전부 증여할 때의 세금과 부담부증여를 할 때 부담되는 세금을 비교해 유리한 쪽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자녀의 증여세는 직접 납부해야

사전 증여를 활용할 때 증여세를 부모가 대납하게 되면 그에 대한 증여세가 다시 부과된다. 국세에 대한 연부연납 제도를 활용하면 초기 일정부문의 증여세를 부담하고 최대 5년에 걸쳐서 세금을 나눠 납부할 수 있으므로 초기 세금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연부연납 가산율은 현재 연 4.3%로 은행 이자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증여 금액이 많다면 세대생략으로 하는 방법도 있다

일반적으로 자녀가 아닌 손자에게 증여를 할 경우 산출세액의 30%가 할증과세된다. 그러나 보유 자산이 많고 자녀 역시 자산이 많다면 세대를 건너 뛰어 증여하는 것이 향후 재차 상속이나 증여가 이뤄지는 것보다 유리하게 된다. 부동산의 경우 세대를 거쳐 재산이 이전되면 두 번의 취득·등록세를 부담해야 하지만 세대생략을 하면 한 번만 부담하는 유리한 점도 있다.

◆주식은 저평가 우량주를 증여하는 것이 유리하다

주가 하락기는 증여세를 줄일 수 있는 좋은 타이밍이다. 저평가된 우량주식을 이때 증여하면 증여세를 크게 절감할 수 있다. 세법에서는 증여재산을 평가할 때 상장주식의 경우 평가기준일 전후 각 2개월 동안의 종가 평균액으로 한다. 앞으로 주식시장에 대한 전망을 지금보다 밝게 본다면 적정한 우량주식을 증여하는 것이 나중에 가격이 올랐을 때 증여하는 것보다 증여세를 절감하면서 자산을 이전할 수 있는 방법이다.

◆증여를 인정받으려면 반드시 증여세를 신고해야 한다

증여가 발생한 달의 말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는 반드시 관할 세무서에 신고해야 한다. 상속세와 증여세 모두 세액 신고만 제때 하면 세금을 깎을 수 있다는 점도 알고 있어야 한다. 상속개시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상속세를 신고하거나 증여받은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증여세를 신고하면 세금의 10%를 공제받을 수 있다.

이대철 교보생명 광화문 노블리에센터 웰스매니져 dclee99@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