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 증여세는 세금 중에서도 유난히 호감이 가지 않는 세금이다. 일해서 번 돈에 매겨지는 세금이 아니라 무상이전에 부과되는 세금이기 때문이다. 집 한 채 구입하기 어려운 서민들에겐 거리감이 들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알고보면 상속세와 증여세는 서민들에게도 아주 밀접한 세금이다.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중에서 상속세를 내는 사람은 100명 중 한 명꼴이다. 하지만 상속세를 내지 않는 99%에 해당하는 사람도 상속세의 영향을 받는다. 상속세를 신고하지 않거나 잘못 신고하면 양도소득세를 많이 물어야 할 수도 있어서다.

자녀 < 손자녀 < 사위·며느리 順 유리

상속세를 줄이기 위해서는 사전에 증여해야 한다는 내용은 너무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상속개시일부터 소급해서 10년 내에 증여한 재산은 다시 합산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증여할 때 가족 중 누구에게 먼저 증여해야 할까?

10년 이상 건강할 자신만 있다면 당연히 자녀가 증여의 1순위가 돼야 할 것이다. 하지만 손자나 손녀가 더 유리한 경우도 있다. 손자나 손녀에게 증여하면 세대를 건너뛴 증여로 해석해 30%를 할증해서 세금을 내지만, 자녀에 대한 증여와 다르게 5년만 지나면 상속세 계산 대상에서 제외된다. 따라서 더 높은 세율로 상속세가 정산되는 것을 피할 수 있다.

손자나 손녀보다 사위나 며느리에게 증여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 사위나 며느리 역시 법정상속인이 아니기 때문에 증여 후 5년만 지나면 상속세 계산 대상에서 빠진다. 다만 사위나 며느리의 증여공제(500만원)는 자녀나 손자 손녀에 비해서 적다. 하지만 손자나 손녀와는 달리 세대를 건너뛴 증여로도 해석하지 않기 때문에 30%의 할증도 없다.

재산분할이 어려워도 상속세 내야

상속이 개시되면 피상속인(망자)의 재산은 상속인의 공유재산이 된다. 그리고 상속인들 간의 협의분할을 통해 상속재산을 나눈다. 보통 상속재산의 명의를 상속인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상속세 취득세 등을 부담하는데 6개월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하지만 6개월은 상속인들 간에 상속재산을 분할하기에는 너무나 짧은 시간이다. 그래서 가족 중 한 사람에게 일단 명의를 옮기고 추후에 다시 나누려는 경우가 있다. 이때 상속세 신고기한(상속개시일이 속하는 달 말일부터 6개월) 이후에 명의(등기)가 재조정되면 증여세가 나올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일단 상속등기를 하고 상속세 신고기한이 지난 후 지분 변동이 발생한 경우에는 증여로 판단한다.

세법에서는 피상속인 명의에서 최초로 분할해 등기하는 경우에는 법정상속 지분에 상관없이 지분을 결정하더라도 그 기한에 제약 없이 증여로 판단하지 않는다. 즉 상속세 신고기한이 경과된 이후에 상속등기를 하더라도 상속개시 후 최초의 등기라면 어떻게 지분이 결정되더라도 증여세를 부과하지 않는다. 그래서 가족의 이해관계 때문에 상속재산의 분할이 어렵다면 차라리 피상속인 명의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좋다.

부동산 상속 후 현금화가 유리

부동산을 매각한 후에 현금으로 상속받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부동산을 상속받은 후 매각하는 것이 더 유리할까? 상황에 따라서 다를 수 있지만 상속이 진행된 이후에 매각하는 것이 세무적으로 유리할 수 있다. 부동산을 먼저 상속받고 매각하면 양도소득세 부담이 상당히 줄어든다. 양도소득세가 전혀 나오지 않는 경우도 발생한다.

예를 들어보자. 홍길동 씨는 10년 전에 2억원에 구입한 부동산이 현재는 10억원(공시가액 6억원) 정도다. 다른 상속재산이 거의 없다. 만약 홍씨가 살아있는 동안에 부동산을 매각하면 2억원 정도의 양도소득세를 부담한다. 양도세를 납부한 뒤 현금 8억원을 상속으로 이전하면 상속세 부담은 없다.

상속세는 피상속인의 배우자가 살아있으면 기본적으로 10억원까지는 상속세가 계산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사망하기 전에 매각할 경우 양도소득세와 상속세의 합계는 2억원가량이 된다.

상속이 개시된 이후에 매각할 경우 어차피 상속재산의 규모가 10억원 이하이기 때문에 상속세는 없다. 소유권을 이전하는 과정에 취득세와 등록세 등으로 대략 1900만원 정도의 세금을 부담한다. 하지만 상속받은 부동산을 매각할 때에는 양도소득세가 거의 발생하지 않게 된다.

상속세와 증여세는 원칙적으로 시가로 계산해야 한다. 다만 시가가 확인되지 않을 경우에는 기준시가로 계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상속세와 증여세를 기준시가로 계산하는 사례가 많다. 기준시가는 시가와 비교해서 일반적으로 저평가돼 있기 때문이다.

기준시가가 항상 유리하진 않다

증여세를 줄이기 위해서 무조건 기준시가를 선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상속세와 증여세를 줄이기 위한 기준시가의 선택이 반대급부로 향후 양도소득세를 늘릴 수 있는 탓이다.

상속세와 증여세의 신고는 향후 부동산을 매각할 때 양도소득세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상속세나 증여세와 다르게 양도소득세는 예외 없이 실거래가액으로 계산해야만 한다. 상속받거나 증여받은 부동산의 취득가액은 상속세나 증여세를 신고할 때의 평가금액으로 결정된다.

만약 상속세나 증여세를 적게 내기 위해 기준시가를 선택했다면 그 부동산의 취득가액은 상속 또는 증여 당시의 기준시가가 된다. 즉 양도소득세를 계산할 때 매각하는 금액은 실제 매매가액이 되고 취득가액은 상속받거나 증여받을 당시의 기준시가가 돼 매매차익이 커지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상속세와 증여세를 시가로 계산하는 것이 유리한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상속세나 증여세를 계산할 때 시가로 계산하는 것이 유리한지, 기준시가로 계산하는 것이 유리한지 판단하는 기준점이 있을까?

명확하게 구분할 수는 없지만 세율을 비교하면 어느 정도 답이 나온다. 현재 우리나라의 양도소득세 세율은 6%에서 35%다. 반면 상속세와 증여세는 적게는 10%부터 많게는 50%의 세율로 과세된다.

기준시가로 계산한 상속세와 증여세가 40~50%의 세율구간으로 과세된다면 상속세와 증여세는 일단 기준시가로 계산하는 것이 좋다. 시가를 선택할 경우 양도소득세의 최고세율인 35%를 피하기 위해 더 높은 세율(40~50%)의 상속세와 증여세를 납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상속세나 증여세를 계산할 때 10~30% 구간으로 과세되는 사람의 경우 시가를 선택해서 상속세나 증여세를 납부하면 양도소득세의 최고세율을 피할 수 있다.

상속세 대납해도 증여세 없어

상속재산을 받았는데도 세금을 납부하지 않고 다른 상속인이 자신이 내야 할 상속세까지 납부했다면 어떻게 될까? 상속세를 대신 납부하는 부분에 대한 증여세는 없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상속인들 간에 상속세를 대신 납부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증여세를 부과하지 않는다. 상속세는 상속인들 간에 연대납세의무가 있는 것으로 세법에서는 해석하기 때문이다.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상속인의 조세채무를 대신 부담하는 방법으로 특정 상속인의 지출을 최소화시킬 수 있다. 그래서 기존에 재산이 많거나 다른 상속인에 비해 상속재산을 많이 배정받은 사람이 상속세를 부담함으로써 간접적으로 다른 상속인의 재산권을 보호할 수 있다.

원종훈 국민은행 PB사업부 세무사 wonsem@kbsta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