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억원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면 자녀가 성장했을 때 한꺼번에 증여하거나 사후 상속하는 것보다 자녀가 어렸을 때부터 미리미리 증여하는 게 세금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증여를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증여가 무엇인지, 증여세가 어떻게 계산되는지 등 기본적인 것부터 알아둬야 한다.

◆누가 증여세를 신고·납부해야 하나

증여세는 타인으로부터 재산을 무상으로 받은 사람, 즉 수증자가 신고·납부해야 한다. 수증자가 거주자이면 증여받은 국내외 모든 증여재산에 대해, 수증자가 비거주자인 경우는 증여받은 재산 중 국내에 있는 증여재산에 대해 증여세를 부과한다. 거주자가 비거주자에게 국외재산을 증여하는 때에는 증여자가 납부할 의무가 있다. 또 법인세가 과세되는 영리법인에 대해선 증여세 납세의무가 없지만 비영리법인 및 비영리법인으로 보는 법인격이 없는 사단·재단, 기타 단체는 증여세 납세의무가 있다.

증여세는 재산을 증여받은 수증자가 납부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수증자의 주소 또는 거소가 분명하지 않은 경우에는 증여자가 연대해서 납부해야 한다. 또 수증자가 증여세를 납부할 능력이 없다고 인정되는 때에도 연대 납부 책임이 있다.

◆증여세는 어떻게 계산하나

증여세 세율은 누진세로 과세표준이 많을수록 세율이 높아진다. 과세표준이 1억원 이하면 10%, 1억~5억원 20%, 5억~10억원 30%, 10억~30억원 40%, 30억원 초과액에 대해서는 50%의 세율이 부과된다. 수증자가 증여자의 자녀가 아닌 직계비속이면 산출세액에 30%가 가산된다.

과세표준은 증여재산 평가액에서 증여공제를 뺀 금액이다. 배우자나 부모 자녀 또는 친족으로부터 증여를 받은 경우 증여공제액을 뺀 나머지에 대해서만 증여세를 내면 된다. 배우자로부터 증여받았다면 6억원을 공제받는다. 총 증여재산 가액에서 6억원을 뺀 나머지 금액에 대해서만 증여세를 납부한다는 얘기다.

부모나 자녀로부터 증여받을 때는 3000만원을 공제받을 수 있다. 단 미성년자가 부모로부터 증여받은 경우에는 공제액이 1500만원이다. 기타 친족으로부터 증여를 받으면 500만원을 공제받는다. 공제액은 10년 동안 공제받을 수 있는 한도액이다. 즉 10년이 지나면 같은 금액을 또다시 공제받을 수 있다.

◆증여세 줄이는 방법

증여공제를 잘 활용하면 증여세를 내지 않고 재산을 물려줄 수 있다. 예를 들어 2세인 자녀에게 1500만원을 증여하고 12세 때 다시 1500만원, 22세 때 3000만원, 32세 때 3000만원을 증여하면 세금을 내지 않는다. 자녀가 32세가 됐을 때 증여세 없이 액면금액으로 9000만원까지 물려줄 수 있는 셈이다. 자녀가 증여받은 금액을 10~30년 동안 운용해 자산가치를 극대화한다면 32세가 됐을 때 상당한 재산을 형성할 수도 있다.

부모의 자산이 상당한 액수라면 재산을 미리 증여하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 2세인 미성년자에게 1억1500만원을 증여하면 1500만원을 공제한 나머지 과세표준은 1억원이다. 여기에 증여세율 10%를 적용하면 산출세액은 1000만원이다. 신고세액공제 10%를 차감하고 나면 납부할 증여세는 900만원이다.

12세 때 똑같은 과정을 거치고 22세에는 1억3000만원을 증여한다. 3000만원을 공제하고 나면 과표는 1억원이며 납부할 증여세는 똑같이 900만원이다. 32세 때 똑같은 과정을 거치면 총 증여액수는 4억9000만원이 되고 증여세는 총 3600만원만 내면 된다.

반면 부모가 32세 성년자녀에게 한 번에 4억9000만원을 증여한다면 증여세는 훨씬 더 늘어난다. 4억9000만원에서 성년자녀 공제 3000만원을 빼면 과세표준은 4억6000만원이다. 1억원에 대해서는 10% 세율이 적용돼 1000만원, 나머지 3억6000만원에 대해서는 1억~5억원에 적용되는 20% 세율이 부과돼 7200만원 등 총 8200만원의 증여세를 내야 한다. 여기에 10% 신고세액공제를 빼면 증여세는 7380만원이 된다. 재산을 미리 증여할 때보다 두 배의 금액을 더 내게 되는 셈이다.

◆신고 유의 사항은

증여세 신고서와 납부서는 증여재산 및 평가명세서→증여세 과세표준신고 및 자진납부 계산서→증여세 자진납부서 등의 순서대로 작성하는 것이 편리하다. 국세청은 납세자가 증여세를 쉽게 계산해볼 수 있도록 ‘국세청 홈택스(www.hometax.go.kr)’에서 증여세 자동계산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증여세 신고서는 신고서 제출일 현재 수증자의 주소지를 관할하는 세무서에 제출해야 한다. 다만 수증자가 비거주자이거나 주소 및 거소가 분명하지 않은 경우에는 증여자의 주소지를 관할하는 세무서에 제출해야 한다.

법정 신고기한은 재산을 증여받은 날이 속한 달의 말일부터 3개월 이내다. 제출해야 하는 서류는 △증여세 과세표준신고 및 자진납부 계산서 △증여재산 및 그 평가명세서 △채무사실 등 기타 입증서류 △수증자와 증여자의 관계를 알 수 있는 가족관계증명서 등 4종이다.

증여세 신고기한까지 증여세 신고서를 세무서에 제출하면 납부해야 할 증여세의 10%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신고기한까지 증여세를 무신고(과소신고)하는 경우에는 무(미달)신고분의 10%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무(과소)신고 가산세를 추가로 부담하게 된다.

법정 신고기한 이내에 신고하지 않은 경우 일반 무신고 가산세(산출세액×20%) 또는 부당 무신고 가산세(40%) 등이 부과된다. 법정 신고기한 이내에 신고했으나 과세표준에 미달하게 신고했다면 일반 과소신고 가산세 10% 또는 부당 과소신고 가산세 40% 등이 부과된다.

◆분할 납부도 가능하나

증여세는 일시에 납부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일정요건이 성립되는 경우에 분할해서 납부할 수 있다. 2회에 나눠 내는 ‘분납’ 또는 장기간에 나눠 내는 ‘연부연납’이 있다. 납부할 세액이 2000만원 이하일 때 1000만원을 초과하는 금액을 납부한 경우 납부기한 경과 후 2개월 내에 이자 부담없이 분납할 수 있다. 납부할 세액이 2000만원을 초과하면 세액의 50% 이하 금액을 납부했다면 분납이 가능하다.

납부세액이 2000만원을 초과하고 납세담보를 제공하면 연부연납을 신청할 수 있다. 연부연납 기간은 5년 이내로 납세의무자가 신청한 기간으로 정할 수 있다. 현금으로 납부하기 곤란한 경우 세무서장의 승인을 받으면 증여 받은 재산으로 물납할 수도 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