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상속과 증여’는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상속·증여는 더 이상 부자들만의 고민이 아니다. 서울의 10가구 중 한 가구 주택 가격은 10억원이 넘는다. 집 한 채만 물려줘도 상속세를 내야 한다는 얘기다. 언제 자신과 가족에게 닥칠지 모르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평소 재무설계를 하면서 ‘상속과 증여’에도 관심을 가지면 예상외로 많은 돈을 아낄 수 있다”고 조언한다. 아는 만큼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이다. 상속·증여 계획을 세울 때 가장 중요한 원칙은 ‘미리미리 대비하라’는 것. 상속·증여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린 뒤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비해야만 불필요한 세금 낭비를 사전에 막을 수 있다.

◆상속 설계에 대한 큰 그림부터 그려라=우선 당장의 이득을 생각하기보다는 예상 상속 시점을 기준으로 큰 그림을 그리는 게 중요하다. 가장 먼저 가족의 현재 재산 상태를 체크해야 한다.

예를 들어 시가 10억원짜리 상가를 자녀에게 양도하면 양도세가 5000만원이고,증여하면 증여세가 2억원이라고 가정해보자.언뜻 양도가 유리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나중에 양도금 10억원이 결국 자녀에게 상속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착각일 수 있다. 양도금 10억원에 대해 상속세 최고세율 50%가 적용돼 무려 5억원의 세금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1억5000만원을 덜 내려다 나중에 3억5000만원의 세금을 더 내는 결과가 생길 수 있다. 상속 설계의 큰 그림을 그리지 않고 눈앞의 결과만으로 득실을 판단하면 이 같은 우를 범할 수 있다.

◆상속세 납부 대책을 세워라=재산을 지키고 물려주는 데 가장 핵심이 되는 포인트는 ‘세금’이다. 사전에 세금을 줄이는 절세전략을 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재산을 받는 입장에서는 세금 납부를 위한 유동성을 확보하는 것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기업이 아무리 잘 돌아가도 유동성이 부족하면 부도가 나는 ‘흑자도산’의 상황을 맞을 수도 있듯이 상속에서도 마찬가지다.

특히 상속 재산이 대부분 부동산으로 이뤄졌다면 유동성을 확보하기 어려워 이를 결국 헐값에 처분하는 사례가 흔하다. 일부 재산을 금융재산으로 바꿔놓거나 종신보험에 가입하면 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전문가와 상의는 필수=상속을 위해선 민법 상속세법 증여세법 등 알아야 할 법규나 제도가 많아 일반인들로선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따라서 체계적인 상속 계획을 세우기 위해 재무설계사(FP) 프라이빗뱅커(PB) 회계사 세무사 변호사 등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는 말처럼 일반인들이 보유한 재산의 규모나 가치를 정확하게 평가하거나 이를 토대로 여러 가지 법규 및 경제적 환경 등을 검토해 상속 계획을 세우는 것은 현실적으로 너무 어렵다. 특히 상속은 피상속인의 전 재산이 걸린 문제인 만큼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좀 더 넓은 시각에서 다양한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배우자나 자녀에게 미리 증여하는 것도 방법=상속 계획은 반드시 10년 이상의 장기적인 시각에서 판단하는 게 좋다. 자신의 상속 개시 시점은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이므로 만약 상속세 규모가 클 것이라고 예상된다면 가능한 한 빨리 증여계획을 세워 실행하는 것이 좋다. 자신의 예상 상속세 구간이 10~20% 세율 이내라고 판단될 경우 증여세가 면제되는 금액(배우자 6억원, 자녀 3000만원)만큼 미리 증여해두는 게 유리하다.

◆자산관리 능력도 물려주자=재산은 모으기도 어렵지만 지키기가 더 어렵다는 말이 있다. 재산을 증여할 때는 자산관리 능력까지 물려줘야 한다.

예컨대 부모의 일부 재산을 공동 관리할 기회를 주거나 소액의 자산을 사전 증여해 운영해보도록 함으로써 자산관리의 감각을 익히도록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자녀에게 자산관리와 관련된 다양한 책을 접하게 하거나 자녀와 함께 관련 세미나에 참석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FP나 PB 등 자산관리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관련 지식과 능력을 키워주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