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첫 거래일인 4일 코스피 지수는 그리스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가 재차 불거진 탓에 장중 1658.06까지 급락했다. 그러나 장 후반 개인과 연기금의 사자가 확대되면서 1700선을 회복한 뒤 마감했다.

그리스 정부가 올해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8.5%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면서 우려가 확산됐다. 이는 그리스 정부의 목표치 7.6%를 웃도는 수준이다. 내년 적자 규모도 목표치(6.5%)를 넘어서는 6.8%로 전망됐다. 그리스의 재정 적자 비율이 예상보다 높게 나타나면서 유럽연합(EU)·유럽중앙은행(ECB)·국제통화기금(IMF) 등 '트로이카 실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커진 것이다.

그러나 점차 유로존이 시간 벌기에 나서면서 그리스 디폴트에 대한 우려는 줄어들 전망이다.

김병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그리스 실사단이 지원금 집행 결과를 발표하기로 했는데 이를 13일로 미뤘다"며 "재정적자 목표 미달을 문제삼기 보다는 올해와 내년 적자 비율을 합해서 평균 적용하겠다는 다른 기준을 제시해서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고 전했다. 당장의 잣대로는 구제할 수 없어서 기준을 변경해 지원하면서 시간을 벌어주겠다는 얘기다.

김 위원은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레버리지를 통해 증액하려고 하고 (유럽판 IMF인) EMF를 만들려고 하는 등의 노력은 그리스를 디폴트시켜도 공조체제를 만든 후에 디폴트 시키겠다는 것"이라며 "지금 그리스를 디폴트시키면 이탈리아, 스페인 등으로 확산되는 등 파급력을 다들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2008년 리먼 사태의 트라우마가 남아 있는 투자자들이 그리스 디폴트를 상정하고 주식을 처분하면서 주가가 급락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근심거리인 미국 경기의 더블딥(이중침체) 우려도 낮다는 분석이다.

김 위원은 "미국 공급관리자협회(ISM) 제조업 지수도 잘 나왔고 일본 단칸지수가 플러스로 돌아섰다"며 "이는 대지진으로 취약했던 심리가 회복되면서 이에 따른 수출 등이 거의 정상화됐다는 것으로, 미국의 3분기 GDP 성장률이 더블딥 수준으로 갈 확률은 낮다"고 진단했다. 일본의 정상화가 미국 GDP 성장률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현 주식시장이 과매도 상태라고 진단했다.

그는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인 1590~1600초반은 상당한 지지선으로, 그 이하로 내려가기는 쉽지 않다"며 "이날 환율이 1200원을 잠깐 뚫고 내려왔는데 환율의 수준 자체가 올라갔기 때문에 반도체.장비, 조선, 자동차 등이 그에 따른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은 "4분기 첫 거래일 급락으로 내심 반등을 기대했던 투자자 마음을 더욱 어둡게 했지만 10월 월봉을 그려본다면 3개월 만에 양선 형성 가능성은 높아졌다"며 "신용위험 확산의 시기와 정도를 가늠하기 어렵지만 경기침체 충격을 감안해 현재 종합주가지수 수준은 적정가치를 하회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경기, 기업이익 모멘텀 약화 등 월초에 등장하는 다양한 악재가 순화될 경우 10월 주식시장은 점진적으로 개선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내다봤다.

김 팀장은 "코스피 1650선 전후의 수준에서 비중축소는 의미가 없다는 판단이며 글로벌 경기침체를 감안해도 종합주가지수 적정가치가 1800~1900 수준이라면 상황 변화에 따라 비중확대를 고민할 수 있는 시점"이라며 "불황에 강한 매출액 모멘텀이 있는 자동차, 건설업종과 실적 컨센서스가 낮아져 고 주가수익비율(PER) 영역에 진입한 일부 역발상 종목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경닷컴 정형석 기자 chs879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