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한나라당 후보와 박원순 범야권 후보는 서울시 정책공약에서 각자의 색깔을 드러내고 있다.

나 후보는 지난달 23일 출마 기자회견에서 "서울시를 '생활특별시'로 만들겠다"고 선언하면서 불필요한 전시행정을 지양하고 재정을 고려해 시민들의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알뜰공약'을 제시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에 반해 박 후보는 무상급식 등 보편적 복지의 확대를 주장하며 '모두가 잘사는 서울시'를 만들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지난 10년간의 시정을 '도시를 위해 사람을 잃어버린 10년'으로 규정,대대적인 시정개혁에 나설 뜻을 분명히 했다.

◆주택정책 판이

나경원 "부채 4조 절감" 박원순 "뉴타운 재검토"
박 후보는 뉴타운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4일 "우량주택 공급에 중점을 두는 민간주도형 사업과 서민 생활에 적정한 수준으로 공급되는 공공 지원형 사업으로 이원화해야 한다"며 "재개발 정비구역별로 현지조사,사업성 분석,주민부담금과 부담능력 등에 대해 재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 후보는 아직 뉴타운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진 않지만 지난 6월 오 전 시장과 가진 뉴타운 당정협의에서 '건설 예정인 대형아파트를 소형으로 전환하는 절차를 간소화하고,임대주택 매입 비용을 상향 조정해달라'는 서울시 의원들의 의견에 뜻을 같이했다. 서울시 장기전세주택 '시프트(SHift)' 정책은 두 후보 모두 계승하겠다는 입장이다.

◆'디자인 서울' 입장차

나 후보는 '디자인 서울'에 대해 "디자인 시정의 큰 틀은 맞다고 생각한다. 도시 디자인이 서울이라는 브랜드를 높여주는 것은 맞다"면서도 "다만 '디자인 거리' 같은 전시행정이 있었다. 전시행정은 바로잡고,우리 생활을 편하게 하는 '생활 디자인' 쪽으로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인 생활 디자인 방안으로 인도턱을 없앤다든지,버스 손잡이를 실용적으로 바꾸는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반면 박 후보는 '디자인 서울'의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디자인 서울'은 대표적인 전시성 · 홍보성 사업이 포함돼 있어 재검토가 필요하나 이미 진행된 사업과 추진 중인 사업들이 다양하게 섞여 있어 사업별 검토가 필요하다"며 "디자인 올림픽 등 부가적인 이벤트로 인한 추가 예산 낭비 부분에 대해 재정 낭비를 최소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시 예산 낭비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한강르네상스 사업에 대해서는 두 후보 모두 '전면 재검토'를 주장하고 있다.

◆'알뜰시정' vs '복지확대'

나 후보는 서울시의 재정 건전성 확보를 중시하고 있다. 그는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증가된 부채 7조8000억원 중 4조원 이상을 갚을 계획"이라며 "철저하고 강도높은 사업 구조조정과 행사성 사업 축소 등 5대 알릴살뜸 프로젝트를 통해 부채를 줄일 수 있다"고 했다.

박 후보는 무상급식 등 보편적 복지 확대에 방점을 찍고 있다. 박 후보는 "전시성 토건예산을 삭감하고 그 재원으로 복지 · 환경 · 교육 등 삶의 질을 높이는 데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구동회/허란/강경민 기자 kugi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