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 사퇴" 손학규 정면돌파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4일 전격적으로 당 대표직 사의를 표명했다. 전날 열린 범야권 통합경선 패배의 책임을 지겠다는 것이다. 최고위원들과 의원들이 적극 만류했지만 손 대표의 의지는 확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아름다운 경선'이라고 자평한 야권후보 단일화 직후에 이뤄진 사의표명에 "책임있는 모습이 아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손 대표의 최종 선택이 주목된다.

손 대표는 이날 오전 9시께 특별 보좌단 의원들과의 회의 자리에서 사퇴의사를 처음으로 언급했다. 이후 긴급 소집된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동영,조배숙,이인영 최고위원 등과 정장선 사무총장,김동철 비서실장이 강하게 만류했지만 손 대표는 "당이 변화하고 혁신하려면 대표가 깨끗이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사퇴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어제 경선 결과 축복 속에 박원순 후보가 단일후보로 선출됐지만 60년 전통의 제1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내지 못한 것은 엄연한 사실"이라며 "대표가 정치적,도의적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것이 국민과 당원에 대한 도리"라고 강조했다. 손 대표는 "대표직을 사퇴하더라도 10 · 26 재보궐 선거 지원을 위해 뛸 것"이라며 "그것이 박원순 통합 후보를 더 떳떳하게 지원하는 길이라 믿는다"고 했다.

손 대표의 사의표명에 당 안팎에서는 "대표가 혼자 책임질 사안도 아니고,시기적으로 적절하지도 않다"며 사퇴반대 입장 표명이 이어졌다. 김근태 문희상 한명숙 진보개혁모임 공동대표는 "지금은 민주당이 단결해 야권 단일후보를 지원해야 할 때"라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의원들도 의원회관으로 손 대표를 직접 찾아가 사퇴 취소를 강하게 요구했다. 친노(친노무현)그룹 관계자는 "지금은 경선에서 나타난 시민들의 민심을 당의 변화에 접목시키면서 야권 후보 당선을 적극 지원해야 할 때"라며 "이런 식으로 물러나면 자칫 '손학규식 자존심 정치'라는 오해를 살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손 대표는 이미 경선 기간 때부터 민주당 후보가 경선에서 패할 경우 물러나겠다는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 대표의 사퇴가 확정될 경우 지난해 10월3일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에 오른 지 1년 만에 물러나는 것이다. 차기 대표직은 당헌에 따라 전당대회의 차순위 득표자인 정동영 최고위원이 승계하게 돼 있다. 다만 최고위원들이 동반 사퇴할 경우 비상대책위로 전환한 가운데 조기 전당대회가 치러질 수도 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