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저축銀 산증인' PF대출로 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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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유동천 제일저축은행 회장 체포
고객 명의도용해 불법대출 혐의 조사…2000년 경영일선 퇴진 후 부실 커져
고객 명의도용해 불법대출 혐의 조사…2000년 경영일선 퇴진 후 부실 커져
영업정지 조치를 받은 제일저축은행의 유동천 회장(71 · 사진)이 검찰에 체포됐다. 고객 1만여명의 명의를 도용해 불법 대출을 받은 혐의다. 40여년간 제일저축은행을 이끌며 '저축은행업계 대부'로 불리던 유 회장이 체포되면서 업계는 당혹해 하는 분위기다.
◆"고객 1만여명 명의 도용"
저축은행 비리 합동수사단(단장 권익환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장)은 제일저축은행 불법 대출 비리와 관련해 이 저축은행 대주주이자 회장인 유씨를 지난 2일 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4일 밝혔다. 검찰은 이날 유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합동수사단은 지난달 28일 구속한 제일저축은행 이용준 대표와 장모 전무를 조사한 결과 유 회장이 불법 대출에 연루된 정황을 포착,법원으로부터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신병을 확보했다.
유 회장은 이 대표와 장 전무에게 고객 1만1700명의 명의를 도용해 제일저축은행 돈 1400여억원을 불법 대출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합수단은 유 회장 일가가 고객 명의를 도용해 대출받은 돈으로 비자금을 조성하고 개인 투자에 사용했다가 대부분 손실을 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유 회장 누구인가
유 회장은 1968년 삼호상역이란 회사를 세웠다. 상호신용금고(저축은행의 옛 이름)의 전신으로 일수를 전문으로 취급했다. 그는 1972년 상호신용금고법이 생기면서 회사 이름을 제일상호신용금고로 바꾸고 서울 가락동 일대에서 서민들을 대상으로 활발히 영업을 펼쳤다. 그 결과 1997년 제일신용금고를 업계 선두로 올려놓았다.
1998년 제일신용금고 회장에 취임했으며 2002년에는 제일신용금고를 제일저축은행으로 개명했다. 제일저축은행은 1997~2000년 경안 · 신영 · 일은 · 신한상호신용금고 등을 잇따라 인수하면서도 보수적인 영업으로 업계에서 우량 저축은행으로 인정받았다.
업계에서는 2000년 이후 유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사실상 물러나면서 제일저축은행의 부실이 심화했다고 보고 있다.
제일저축은행은 2000년대 들어 개인신용 대출로 부실을 겪었고 이후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부실이 심화했다. 장남 유택 씨 등이 경영을 맡았지만 쉽게 적응하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그 사이 외부에서 영입한 대표이사 등이 서민금융보다는 한번에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는 PF 대출에 과도하게 손을 댄 것이 화근이었다고 업계는 지적했다.
2007년 대표이사로 복귀한 유 회장은 회사 부실이 생각보다 심한 것으로 파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부터는 차남 유훈 씨가 지분을 늘리면서 지배구조를 변경하고 경영 방식에 변화를 주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업계 관계자는 "명의 도용 불법 대출은 1980년대부터 있었던 방식이었다"며 "그것을 알고 있는 유 회장이 회사 사정을 만회할 방법을 찾다가 결국 법을 어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일규/임도원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