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디폴트(채무 불이행) 공포가 다시 증시를 뒤덮었다. 개천절 연휴에 그리스 정부가 내놓은 재정적자 감축 목표에 대한 실망감이 글로벌 증시를 급락세로 이끈 탓이다.

4일 코스피지수는 63.46포인트(3.59%) 급락한 1706.19에 마감했다. 장 초반에는 올 들어 네 번째로 '사이드카'(프로그램매도호가 효력정지)가 발동됐다. 전문가들은 그리스 사태가 해결책을 찾기까지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증시 연중 최저로 추락

코스피지수는 개장 초 110포인트 이상 급락하는 공포 분위기를 연출했다. 지난주 후반 반등장을 이끈 외국인과 기관이 동시에 매물을 쏟아내며 8월19일 이후 한 달여 만에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미국 다우지수가 3일(현지시간) 그리스 디폴트 우려로 연중 최저치로 곤두박질친 점이 시장을 '패닉'으로 몰고 갔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유로존 국가들의 디폴트 우려가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 등 미국 투자은행의 리스크로 확산되는 모습에 투자심리가 얼어붙었다"고 지적했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그리스 사태가 풀려가다 재차 디폴트에 빠질 수 있는 쪽으로 바뀌면서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했다"고 분석했다.

중국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감이 높아진 점도 불안감을 키웠다. 중국의 9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기대치를 밑돈 탓에 국내 증시의 중국 관련주들이 낙폭을 확대했다. 호남석유화학은 14.60% 하락했고 LG화학도 8.41% 급락했다. 포스코 현대중공업 현대제철 등도 4~6% 내렸다.

장 막판 연기금이 구원투수로 등장해 코스피지수를 1700선에 올려놨다. 대만 가권지수가 상승 반전하고 장중 연중 최저치까지 급락했던 일본 닛케이평균주가가 낙폭을 줄인 점도 1700선 회복을 도왔다.

◆1650선 지지 유효할까

국내 증시 흐름은 그리스 사태 추이에 달려 있다는 진단이다. 이종우 솔로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그리스 지원이 가시화되기 전까지 시장은 크게 출렁일 것"으로 전망했다. 6일 유럽중앙은행의 금리 결정에 이어 내달로 예정된 그리스에 대한 1차 구제금융 6차분(80억유로) 지원 결정이 주요 변수로 꼽힌다.

하지만 최악의 상황으로 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김세중 팀장은 "국내 증시에서 주가순자산가치(PBR) 1배인 1650선에 대한 지지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했다.

다만 그리스 2차 구제금융안을 포함해 채무 재조정,유럽은행의 증자 등이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경우 증시 펀더멘털을 토대로 한 증시 전망은 무의미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유럽 은행 파산으로 확대될 경우 리먼브러더스 사태 때 PBR 0.8배를 적용한 1400~1500선까지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