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FTA 비준 카운트다운…한국은 정치게임만
미국 의회의 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 처리가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의회에 한 · 미 FTA 조속 처리를 위한 이행법안을 제출했고,공화 · 민주 양당 모두 처리에 긍정적이어서 이명박 대통령의 방미 일정(11~16일)을 전후해 비준안이 의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와 의회가 일자리 창출을 위해 FTA 처리를 서두르고 있는 반면,우리 국회는 거꾸로 가고 있다. 정쟁에 발목이 잡힌 탓이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겨냥한 정치 게임에 10월 합의 처리는커녕 연내 처리 자체가 불투명하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행법안을 의회에 제출하면서 성명을 통해 "한 · 미 FTA로 7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며 "지체없이 통과시켜 줄 것을 의회에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야당인 공화당의 존 베이너 하원 의장도 "그동안 한 · 미 FTA 비준이 늦어진 탓에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잃었다"며 비준을 약속했다. 한 · 미 FTA에 반대해온 민주당의 맥스 보커스 상원 재무위원장 역시 "백악관이 이행법안을 제출한 것은 중요한 진전"이라고 환영했다.

일자리 만들기가 시급한 미국 정치권이 공감대를 형성함에 따라 미국에서는 늦어도 21일까지는 처리할 것으로 보인다. 하원이 17일부터,상원은 24일부터 각각 1주일간 휴회에 들어가므로 그 이전에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어서다. 한 · 미 양국은 내년 1월1일을 FTA 발효 시점으로 잡고 있다.

속도를 내는 미국과 달리 국내 정치 상황은 답답하다. 한나라당은 미국 의회 상황에 맞춰 비준안을 처리하겠다는 방침이지만 민주당 등 야당이 강력 반발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18~19일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처리,28일 본회의 처리를 검토하고 있지만 야당은 재재협상을 요구하면서 "강행 처리시 몸으로 막겠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물리적 충돌 없이 비준안을 처리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민주당이 비준 반대에 매달리는 것은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둔 정치 상황과 무관치 않다. 민주당은 내년 총선과 대선 승리를 위한 전략으로 야권 통합 또는 정책 연대를 강력 추진하고 있다. 비준 반대는 연대를 위한 최소한의 연결고리인 셈이다. 당내에 찬성론자가 적지 않음에도 당론으로 반대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정치 게임에 국익이 뒷전으로 밀리고 있는 것이다.

김형호 기자/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