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코스피지수는 이탈리아 신용등급 강등 여파로 변동성 높은 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저가매수 논리에 힘입어 반등을 시도할 가능성도 제시되고 있다.

전날 코스피지수는 그리스 디폴트(채무불이행) 공포에 3% 이상 급락했다. 장 초반 선물시장이 5% 이상 급락하면서 올 들어 네 번째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되는 등 금융시장이 공포에 휩싸인 모습이었다. 지수는 장중 낙폭을 키워 111포인트 넘게 빠지기도 했지만 장 후반 연기금 매수에 힘입어 1700선은 가까스로 사수했다.

4일(현지시간) 뉴욕증시는 장 막판 급반등에 성공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무장관들이 유럽지역 은행에 대한 자본확충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호재로 작용했다.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경기부양을 위한 추가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밝힌 점도 시장 안정에 도움이 됐다.

하지만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이탈리아의 국가 신용등급을 기존 'Aa2'에서 'A2'로 3단계 하향 조정한 점은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등급 전망도 '부정적'으로 유지했다.

송창성 한양증권 연구원은 "스탠더드앤푸어스(S&P)에서 이탈리아의 신용등급을 강등한데 이어 무디스도 9월부터 경고한 바를 단행했다"며 "상황 자체가 안 좋아졌기 때문에 이를 현실에 대부분 반영한 측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에 따른 단기충격은 있겠지만 장중 반등 시도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며 "국내증시가 전날 낙폭을 줄이며 '전약후강' 장세를 보인데다 뉴욕 증시도 200포인트 이상 빠졌다 반등하는 등 저가매수 논리가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성훈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주말 그리스 정부가 올해 재정적자 감축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히면서 디폴트 우려가 다시 증폭되고 있다"며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에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다시 확대되는 조짐"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변동성이 높게 나타나는 것은 시장 참여자들이 장기 추세에 자신을 갖지 못하고 증시 분위기에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희망은 금융시장안정 대책이 가시화될 것이란 기대에서 찾고 있다.

곽중보 삼성증권 연구원은 "당장 기대되는 금융안정대책은 오는 6일 예정된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회의에서 은행들에 대한 유동성 공급과 기준금리 인하 조치 기대"라며 "지난 4일 발표된 생산자물가가 전달 대비 0.2% 하락한 5.9%를 기록해 기준금리 인하 기대는 여전하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임동락 한양증권 연구원도 "시장의 관심이 온통 그리스 디폴트 가능성을 비롯해 유로지역 위기가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인지에 집중돼 있기 때문에 분위기 전환 여부도 여기에서 찾아야 할 것"이라며 "우선 6일 예정된 ECB 정책회의 결과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유럽도 물가상승 압력이 높아지고 있어 금리 인하는 어렵겠지만 장기대출 프로그램 재도입 및 커버드 본드 재매입과 같은 유동성 공급 조치가 가시화되면 투자심리 개선에 일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극심한 변동성이 여전하기 때문에 방향성 매매는 신중하되 저가 분할매수 접근은 유효하다는 판단이다.

곽 연구원은 "단기 급락시 연기금, 국내 주식형 펀드로의 자금유입에 따른 투신권 매수, 2008년 11월 조성됐던 증시안정 펀드의 집행 가능성 등을 감안하면 단기 급락시 저가 매수에 대한 기대는 유효하다"고 추천했다.

한범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도 "외부 불확실성 요소들이 단기에 해소되기 어려운 만큼 하방 지지력의 검증이 추가돼야 한다"면서도 "시스템 리스크로의 전염을 막기 위한 정책적 대응 노선 자체는 그간의 궤도를 이탈하지 않아 이에 따른 장세의 버팀목 형성을 기대하게 만든다"고 했다.

그는 "이에 따라 주식 비중을 일방적으로 축소하기보다는 박스권에서의 트레이딩 대응 시각을 유지하며 IT(정보기술)와 자동차 등 환율 상승 수혜주를 중심에 두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한경닷컴 김효진 기자 ji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