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용 칫솔도 칫솔 나름이다. 지난 4일 대검찰청 청사 15층 국정감사장에 비치된 칫솔은 한번 쓰고 버리기에는 아까울 만큼 재질이 좋았다. 국회의원을 비롯해 100여명의 국감 관계자들이 사용토록 비치한 것이다. 대검은 점심식사와 다과도 제공했다. 국감 준비를 위한 직접 비용만 얼추 기천만원으로 추정된다. 검찰 예산이지만 당연히 국민이 낸 세금이다. 그런데 비용 대비 성과는 어땠을까.

영화 '도가니'에서 촉발된 장애인 성폭행 문제도 일부 언급됐지만 이날 국감의 주인공도 어김없이 이국철 SLS 회장이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들은 오전에도,오후에도 이 회장을 질문에서 빼지 않았다. 동료 의원들이 앞서 했던 질문을 하고 또 했다. 답변도 천편일률적이었다. 한상대 검찰총장은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다짐하거나 예민한 질문이 나오면 "수사 중인 사항"이라며 양해를 구했다.

며칠 전 서울중앙지검 국감의 판박이다. "양해해 달라"는 앵무새 답변이 되풀이되자 모 의원은 "그러면 질문할 게 없잖아요"라고 허탈해하기도 했다. 수사 중인 사항을 물어봐야 헛수고인 것을 국회의원들이 왜 모르겠는가. 하지만 이렇게 옆구리 찔러 절받기 식으로라도 다짐을 받아놔야 검찰이 움직일 것이라는 불신에서 비롯됐다.

이 회장은 SLS중공업과 조선을 인수하며 김대중정부와 노무현정부에서 특혜 금융을 받은 의혹에다 현 정권 실세에게 금품과 향응을 제공한 의혹도 있다. 이 회장 의혹을 제기할수록 자신들에게 유리할 것이란 여야 의원들의 아전인수격 해석도 '이국철 정국'을 조성하는 데 한몫하는 셈이다. 더 큰 우려는 검찰수사 이후다. 특검이나 국정조사가 뒤따르지 말란 법이 없다. 검찰이 초장부터 성역 없이 이 회장 수사에 임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면 이런 낭비는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갈수록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