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엔터테인먼트시장을 중국과 아시아로 넓힐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아시아 영화시장에 조만간 큰 변화가 몰아닥칠 텐데 볼튼이 주역을 맡겠습니다. "

김경식 볼튼 대표(사진)는 중국 최대 종합 엔터테인먼트 · 미디어그룹인 DMG와 3000억원 규모의 아시아 영화관 및 영화배급 판권계약을 체결한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3000억원은 아시아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사상 최대 규모의 계약이다. 볼튼은 국내 금융 · 부동산 · 미술품 등에 관한 투자회사로 김 대표는 포브스코리아가 '2011 글로벌 CEO'로 뽑은 경영자다. "DMG그룹과 총 1조원 규모의 엔터테인먼트 펀드를 만들기로 하고,그중 우리가 3000억원을 부담하기로 했죠.핵심은 중국 내 극장을 확대하는 사업입니다. 중국에 영화관 100개(스크린 600개)를 합작으로 세울 겁니다. DMG가 중국에 1500개의 스크린을 보유하고 있지만 그걸로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

중국의 스크린 수는 한국의 3배 규모인 8000여개에 이른다. 매년 2000개 이상 늘고 있다. 영화시장은 연평균 30% 이상 성장하며 지난해 티켓 판매액은 100억위안(1조6000억원)에 달했다. 그렇지만 지난해 중국에서 전국 규모로 개봉한 한국영화는 '7급공무원'뿐이었다.

"중국 전역에 배급할 수 있는 라인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죠.그래서 극장 합작 건설 외에 영화와 드라마,애니메이션 등 콘텐츠도 DMG와 공동 제작해 배급하기로 계약했습니다. 한국 연예인과 스포츠 스타도 DMG 유통망을 통해 진출시킬 작정입니다. DMG는 한국의 콘텐츠를 중국뿐만 아니라 홍콩 대만 등 아시아 시장으로도 내보낼 계획입니다. "

그는 할리우드 영화의 한국 배급시장이 크게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은 할리우드 직배사들이 한국에 영화를 배급하고 있지만 중국 내 배급 독점권을 지닌 DMG그룹이 중국과 한국에서 함께 배급하는 조건으로 할리우드 영화를 사들이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할리우드 메이저가 한국에 영화를 직접 배급하고 있지만 중국에서는 DMG그룹이 배급하고 있습니다. 엄청난 중국 시장의 힘에 굴복한 것이죠.DMG 측이 한국을 포함해 중국 시장 배급권을 사들일 경우 한국에서 할리우드 영화를 배급하는 일은 볼튼 몫이 됩니다. 그러면 한국의 직배사들은 모두 철수하게 될 겁니다. "

그는 이번 계약에 필요한 자금을 이달 말까지 조성할 계획이라고 했다. 국내 대기업이나 기관투자가들과의 논의도 상당히 진전됐다. 중국에서 얻은 수익을 국내로 가져오기 힘들다는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이번 펀드를 운용하는 SPC(특수목적회사)를 홍콩에 설립하기로 했다.

"그동안 중국에서 영화관 사업을 하고 있는 CGV와 롯데시네마가 DMG그룹과 협상을 벌였지만 성사시키지 못했어요. 협상에 나선 전문 경영인들이 투자 결정권을 갖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죠.저는 2년 전부터 DMG와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협력을 모색하며 관계를 두텁게 했는데 그게 계약으로 연결됐습니다. "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