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대형 반도체 업체인 르네사스일렉트로닉스의 노사가 내년 1월부터 3월까지 3개월간 임금을 7.5% 줄이기로 합의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5일 보도했다. 매년 겨울에 지급하는 보너스도 12% 삭감한다. 일본 대지진으로 주력 공장이 피해를 입은데다 급격한 엔고(高)까지 겹쳐 경영실적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니혼게이자이는 "일본기업은 일반적으로 회계연도가 끝나는 매년 봄에 임금협상을 한다"며 "가을에 노사가 임금을 깎기로 합의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설명했다. 르네사스는 한시적으로 3개월간 임금을 줄인 뒤 향후 경영상황을 보고 추가 감축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이 회사의 직원수는 4만6000명가량이다.

르네사스는 지난 3월 대지진으로 이바라키현의 주력공장이 3개월 정도 가동 중단되는 어려움을 겪었다. 1182억엔(1조8000억원)에 달하는 지진 피해액은 작년 회계연도(2010년 4월~2011년 3월) 실적에 특별손실 항목으로 반영했다. 이로 인해 작년 연결기준 영업손실은 사상 최대인 1150억엔으로 불어났다.

지난 6월부터 공장 일부를 복구하고 9월엔 지진 이전 수준의 생산량을 회복했지만 경기침체와 고객 이탈로 수주가 급감했다. 엔고로 가격경쟁력이 떨어진 것도 경영악화의 원인이다. 르네사스는 올 회계연도(2011년 4월~2012년 3월)에 400억엔(6000억원) 정도의 적자를 예상하고 있지만 글로벌 경기침체가 장기화할 우려가 높아 적자폭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르네사스는 히타치제작소와 미쓰비시전기가 공동 출자해 설립한 '르네사스테크놀로지'가 모태다. 작년 4월 NEC의 반도체부문인 'NEC일렉트로닉스'와 합병하면서 회사명을 '르네사스일렉트로닉스'로 바꿨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