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4일(현지시간) 공개한 아이폰 신제품은 소문으로 나돌았던 아이폰5가 아니라 아이폰4S였다. 디자인이나 기능을 혁신한 게 아니라 기존 아이폰4를 업그레이드하는 수준에 머물렀다는 뜻이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지금까지 나온 아이폰 중 최고"라고 말했지만 획기적인 기능은 많지 않았다. 그래도 소비자들이 점차 좋아할 만한 성능 개선은 많이 이뤄진 편이다.

가장 혁신적인 기능은 '시어리(Siri)'라는 음성인식 기반의 개인비서 서비스다. 아이폰4S에서는 말로 명령하면 폰이 알아듣고 그대로 수행한다. "쿠퍼티노에 내일 비가 내릴 것 같냐?" "가장 가까운 커피숍이 어디냐?" "나한테 온 문자를 읽어달라" "위키피디아에서 닐 암스트롱을 찾아달라".이런 식으로 명령을 내리면 폰이 필요한 정보를 찾아 음성으로 알려주고 데이터를 보여준다.

기자회견 도중에 스콧 포스탈 애플 부사장은 시어리 기능을 한참 동안 시연했다. 아이폰4S에 "지금 파리는 몇 시냐"고 묻자 "오후 8시16분입니다"라는 답변과 함께 시계를 폰 화면에 보여줬다. "팔로알토에 있는 그리스 식당 좀 찾아달라"고 명령했을 때는 식당 14곳의 리스트를 제시했고,"후버타워 가는 길 좀 알려달라"고 하자 구글지도에 길을 표시해 보여줬다.

이 기능은 공상과학영화에서 봤던 개인비서 로봇과 똑같다. 아이폰4S의 음성인식 개인비서 기능은 영화에서나 봤던 개인비서 로봇의 초기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이제 이동하면서 폰을 주머니에 넣은 채 궁금한 것을 물어 답을 구하는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 애플은 일단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에 한해 시어리 기능을 제공한 뒤 점차 지원 언어를 늘려가기로 했다.

아이폰4S부터 적용되는 또 다른 혁신적 기능은 '아이클라우드'라는 클라우드 서비스다. 지난 6월 개발자 콘퍼런스 때 처음 공개해 주목 받았고 이번에 좀 더 구체적인 모습으로 등장했다. 아이클라우드는 아이폰,아이패드,아이팟터치,맥북 등 애플 제품끼리 음악,사진,문서 등의 콘텐츠를 자동으로 동기화하는 기능이다. 이 기능은 모바일 기기의 클라우드 시대를 열 것으로 보인다.

아이클라우드는 아이폰,아이패드,아이팟터치,맥북 등 애플 제품에 최신 모바일 운영체제(OS) iOS5를 내려받아 깔면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아이폰으로 사진을 찍으면 사진이 자동으로 클라우드(애플 서버)에 저장되고 이 사람이 소유한 아이패드,아이팟터치,맥북 등에 동시에 탑재된다. 폰에 저장된 사진을 맥북으로 옮기는 불편이 사라진다.

애플은 오는 14일 아이폰4S 발매와 동시에 iOS5를 공개한다. 아이폰,아이패드,아이팟터치 등을 가지고 있는 애플 고객은 누구나 아이튠즈에서 iOS5를 공짜로 내려받을 수 있으며 이 OS를 깔면 아이클라우드를 공짜로 이용할 수 있다. 애플은 폰에 저장된 사진이나 동영상을 TV 화면으로 감상할 수 있는 무선 에어플레이 미러링이라는 기능도 내놓았다.

아이폰4S는 아이패드2에 들어간 듀얼코어 A5 칩을 내장해 그래픽 성능이 7배 빨라졌다. 앱을 열고 브라우징을 하고 게임 등을 즐길 때 빨라진 것을 느낄 수 있다. A5 칩은 전력효율이 높아 아이폰4S의 배터리 수명도 길어졌다. 음성통화는 8시간,브라우징은 6시간,음악감상은 40시간까지 가능하다. 다운로드 속도는 14.4Mbps(초당 14.4메가비트 전송)로 2배 빨라졌다.

카메라와 캠코더 성능도 좋아졌다. 800만 화소 카메라를 탑재하고 있어 화소가 아이폰4보다 60% 많아졌고 동영상은 1080픽셀 고화질 (HD) 촬영이 가능하다. 필 실러 애플 부사장은 "지금까지 나온 사진 카메라로는 최고이고 동영상 카메라로도 최고"라고 강조했다.

이색적인 기능으로는 '친구찾기'를 꼽을 수 있다. 친구나 가족과 일시적으로 위치정보를 공유하면 폰을 보면서 상대방이 있는 곳을 간편하게 찾을 수 있는 기능이다. 항상 위치정보를 공유하는 게 아니라 약속시간 직전에만 공유한 뒤 해제한다. 아이튠즈 매치라는 기능도 주목할 만하다. 연간 24.99달러를 내면 아이튠즈에 올려진 음악을 간편하게 즐길 수 있다.

김광현 IT전문기자 kh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