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투기세력 떠나는데 왜 뒷돈까지 대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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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은 지난달에도 국내 증시에서 1조3140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8월 5조9245억원에 이어 불과 두 달 동안 7조2385억원(약 60억달러)을 빼갔으니 이보다 더 편리한 현금인출기도 없다. 결국 외환보유액을 헐어 환율방어에 나선 것이 투기세력이 떠나는데 달러로 뒷돈을 대주는 꼴이 되고 만 것이다. 그러고도 원 · 달러 환율은 여전히 1200원선을 넘보고,코스피지수는 1700선마저 힘없이 무너졌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진짜 약을 먹고도 환자가 못 믿어 차도가 없는 '노시보 효과'를 경계할 것을 주문했다. 하지만 환율 1200원에 방어선을 쳐놓고 보유액을 동원한 게 진짜 약이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당국자들의 펀더멘털 언급이 잦아지고 개입이 빈번할수록 투기세력은 더 마음놓고 환율 상승에 베팅해온 게 사실이다. 2008년 7~8월에도 보유액을 150억달러나 소진했지만 환율은 결국 1500원선을 넘겼다.
아무리 펀더멘털 운운해봐야 해외에서 한국은 부도가 날 뻔한 나라라는 낙인이 깊게 찍혀 있다. 외환보유액은 투기세력에 맞서 싸울 최후의 보검(寶劍)으로 삼아야 마땅하다. 보검은 칼집 속에 있을 때 그 존재감이 발휘되지,아무 때나 빼서 휘두를 무기가 아니다. 보유액을 헐어쓰기 앞서 통화스와프 등 다른 수단부터 강구하는 게 순서다. 글로벌 위기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박재완 장관은 각오를 다지기 위해 머리를 짧게 깎았다지만 나중엔 삭발해야 할 상황이 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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