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애플의 새 스마트폰 아이폰4S에 대해 융단폭격을 시작했다. 애플이 신제품을 공개한 지 불과 15시간 만에 유럽 지역에 아이폰4S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 소송을 낸 것.가처분 소송은 한국 미국 호주 등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5일 애플 아이폰4S가 자사의 3G 통신기술을 침해했다는 점을 들어 프랑스와 이탈리아 법원에 판매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고 발표했다. 경쟁사가 신제품을 공개하자마자 소송을 제기한 것은 대단히 이례적으로 "사생결단식으로 달려드는 애플의 특허 공세에 더 이상 밀려서는 안 된다"는 삼성 수뇌부의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지난 4월 애플의 삼성 제소를 신호탄으로 총 9개국에서 펼쳐지고 있는 양사의 특허전쟁은 양보없는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다. 아이폰4S가 삼성의 통신기술 특허를 침해한 사실이 유럽 법원에 의해 받아들여질 경우 애플은 해당 제품뿐만 아니라 기존 아이폰 제품 판매에도 적잖은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앞서 애플은 4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애플 사옥에서 아이폰4S를 발표했다. 하지만 행사 직후 쏟아져나온 투자자와 소비자들의 혹평이 애플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당초 외관과 내장을 탈바꿈한 아이폰5가 나올 것으로 기대했던 소비자들은 기존 제품 성능을 약간 개선하는 데 그친 신제품에 큰 실망감을 나타내고 있다. 미국의 유력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은 "새 아이폰이 나왔지만 '와우'라는 반응을 얻는 데는 실패했다"고 전했다. 내부 부품을 업그레이드하고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추가했지만 종전 모델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이 같은 분위기에 발표 당일 애플 주가는 한때 5.43%까지 폭락했다가 장을 마칠 때는 0.56% 하락한 372.50달러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날 나스닥지수가 전날보다 2.95% 상승한 점에 비춰볼 때 시장의 실망이 반영됐다는 게 증권가의 평이다. 외신들은 스티브 잡스에 이어 지난 8월 최고경영자(CEO)를 맡은 팀 쿡에 대해서도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았다. 영국 BBC는 "지루한 데뷔였다"고 평했다.

조귀동 기자 claymo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