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아이폰4S가 실망감을 안기면서 이제 세계의 시선은 오는 11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 열리는 북미 통신전시회 'CTIA'로 향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차세대 안드로이드 기준 제품(레퍼런스 모델)인 '넥서스 프라임'을 공개하기 때문이다. 이 제품엔 구글의 최신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 4.0 '아이스크림 샌드위치'가 처음으로 탑재된다. 업계는 삼성전자와 구글이 아이폰4S에 대항하는 새로운 모델을 앞세워 하반기 대공세에 나설것으로 보고 있다.

넥서스 프라임이 관심을 끄는 가장 큰 이유는 구글의 기존 '기준 제품'과 달리 뛰어난 하드웨어 성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기준 제품은 개발 중인 OS가 실제로 어떻게 구동하는지 보여주는 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최신 하드웨어보다도 기존에 출시된 제품에 쓰였던 검증된 부품들을 사용해 제작한다. 대규모 마케팅도 전개하지 않는다. 하지만 넥서스 프라임은 현재 미국 시장에 출시된 스마트폰 가운데 가장 뛰어난 성능을 갖출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이 제품은 4.65인치 대화면에 해상도가 뛰어난 슈퍼아몰레드HD 디스플레이를 탑재했다. 화면의 기본 구성 단위인 '픽셀(화소)'이 인치당 320개(320ppi) 들어차 있다. 애플 아이폰4S의 326ppi와 거의 근접한 수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같은 디스플레이라도 크기가 커질수록 ppi가 낮아진다는 걸 감안하면 사진이나 인터넷 웹사이트를 볼 때 아이폰4S보다 더 쾌적한 경험을 제공해준다"고 설명했다. 기기 하단의 버튼은 디스플레이 내부로 통합된다. 휴대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설계다. 중앙처리장치(CPU)는 현존하는 제품 가운데 가장 속도가 빠른 텍사스인스트루먼트의 1.5㎓ 듀얼코어 프로세서를 사용한다. 뒷면 카메라는 800만~1000만화소급으로 알려졌다.

최신 OS 아이스크림 샌드위치는 화면 구성,카메라 촬영 및 사진 편집,애플리케이션 관리 등 유저인터페이스(UI)가 개선돼 이용자 편의성을 높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번에 여러 개의 앱을 구동하고 이를 관리하는 멀티태스킹 능력도 개선됐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용 OS가 통합되면서 이용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 수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고성능 제품을 개발한 이유는 애플의 새 스마트폰에 맞불을 놓기 위해서다. 기준 제품은 휴대폰 제조사나 이동통신사들이 별도의 소프트웨어를 설치하지 않아 구동 속도가 빠르다. 여기에 뛰어난 하드웨어 성능과 개선된 OS까지 더해져 시장에서 큰 폭발력을 가질 잠재력이 있다.

미국 최대 이동통신사 버라이즌이 넥서스 프라임 판매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점도 긍정적이다. 버라이즌은 이 제품을 미국 시장에 독점적으로 공급한다. 업계 관계자는 "반대급부로 버라이즌이 넥서스 프라임을 세게 밀어주겠다는 약속이 있었을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버라이즌은 AT&T 등 다른 미국 이동통신사와 달리 갤럭시S2 LTE를 내놓지 않았다. 넥서스 프라임이라는 더 뛰어난 모델을 공급받아 판매에 나설 계획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4일 넥서스 프라임 발표에 대한 광고 영상을 동영상 인터넷 사이트 유튜브를 통해 공개했다. 여기서 삼성전자는 "큰 것이 오고 있다"며 "(OS와 하드웨어의) 완벽한 조합이 조만간 등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해상도 등 화면 성능을 엿볼 수 있는 앞면 사진도 IT전문 매체를 통해 '유출' 됐다. 아이폰4S에 맞서 새 제품에 대한 입소문 확산을 염두에 둔 '작전'이다.

조귀동 기자 claymo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