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40% 수송
자전거 붙어 있는 인력거, 연관산업으로 1000만명 생활
교통체증 '주범'으로 몰리기도…저렴한 유휴 노동력 확보 가능
다카 시내에서 릭샤를 끄는 사람, 즉 릭샤꾼(현지어로는 릭샤왈라로 불린다)들은 대부분 일자리를 찾아 무작정 상경한 시골마을 출신이다. 전체 릭샤꾼의 20%만이 자기 릭샤를 갖고 있으며, 대다수는 릭샤 소유주로부터 빌려서 영업을 한다. 전형적 육체노동자인 이들은 하루에 10시간 이상 일해서 600다카(9600원) 정도를 버는데, 이 중 순수입은 릭샤 임차료 100다카(1600원)를 뺀 금액이다. 한 달간 뼈빠지게 일해서 버는 돈은 1만2500다카 정도. 한화로 20만원 남짓이다.
릭샤는 다카 시내에서 버스, 오토릭샤(CNG 삼륜차)와 함께 주력 교통수단으로 꼽힌다. 매일 직장으로 출퇴근하는 시민의 40% 정도를 수송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큰 도로를 제외한 일반도로와 좁은 골목에서는 릭샤가 자동차를 밀어내고 대세를 이룬다.
방글라데시에서 릭샤는 하나의 거대한 산업이다. 다카 내 수십만명의 릭샤꾼들이 버는 수입은 연간 15억달러 정도다. 여기에 릭샤 차체·좌석·지붕 및 기타 부품 제조업자, 차체에 장식그림을 그리는 릭샤 화가, 수리업체, 릭샤꾼에게 음식을 파는 노점상 등을 합하면 릭샤로 먹고 사는 인구가 대략 1000만명은 넘는다.
방글라데시에서 릭샤만큼 애증이 공존하거나 논란이 많은 것은 없다. 한쪽에서는 돈이 궁한 서민들의 발이며 공해를 유발하지 않는 ‘친환경’ 교통수단이라고 찬사를 보낸다. 다른 쪽에서는 릭샤가 하층민의 빈곤이자 국가 후진성의 상징이기 때문에 없애야 할 대상이라고 본다.
가장 큰 비난은 릭샤가 다카의 악명 높은 교통혼잡을 유발하는 원흉이라는 주장이다. 속도가 느려서 교통 흐름을 방해하고, 결국 교통 정체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한 전문가는 시내에서 자동차 평균 속도가 시속 20㎞ 정도인데 릭샤 때문에 7~8㎞로 떨어진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릭샤가 다카 교통난에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 하는지는 의문의 여지가 있지만, 교통 흐름에 상당히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부정하기 어렵다. 방글라데시 당국은 2005년 다카에서 릭샤 운행을 전면 금지하는 조치를 시행하려다 막판에 취소하기도 했다. 현재 다카에서는 공항으로 가는 도로를 포함해 20여개 주요 도로에서 릭샤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이 때문에 경찰과 릭샤꾼 간에 다툼이 잦으며, 릭샤꾼들이 시위 등 집단행동에 나서는 경우도 있다.
릭샤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일반 서민들은 “릭샤 제한은 자가용을 가진 부유층을 위한 정책이며, 도로가 확장되지 않은 것이 교통난의 가장 큰 이유”라고 당국을 비난한다. 그럼에도 정부는 다카에서 릭샤를 점차적으로 철폐한다는 방침이다. 이 경우 버스 등 열악한 대중교통 시스템 개선, 수십만 릭샤꾼과 연관 분야 종사자의 생계 유지를 위한 대책 마련이 정책과제다.
릭샤는 방글라데시의 광범위한 유휴 노동력을 대변한다. 중국의 임금이 급등하면서 저임의 풍부한 노동력을 보유한 방글라데시는 의류산업을 중심으로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 방글라데시 전국에 퍼져 있는 100만~200만명 릭샤꾼은 교육을 통해 단기간에 공장 노동력으로 활용할 수 있다. 현지에서 20년간 의류사업을 해온 한국 의류업체 사장은 “수백만 릭샤꾼이 있는 한 현지 노동력 확보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명쾌한 해석을 내렸다.
김삼식 < KOTRA 다카 무역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