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유업, 유기농으로 메가브랜드 일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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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매일유업
"유기농 매출 1000억"
친환경 우유 올 29% 성장…과일·채소 등으로 확대
탄력 받는 해외사업
中·베트남서 인기 급등…수출 2100만弗 예상
"유기농 매출 1000억"
친환경 우유 올 29% 성장…과일·채소 등으로 확대
탄력 받는 해외사업
中·베트남서 인기 급등…수출 2100만弗 예상
2005년 봄 어느 날. 매일유업 창업자인 고(故) 김복용 회장은 전북 고창군 상하면에서 치즈를 생산하던 자회사인 '상하' 임직원에게 특명을 내렸다. “유럽과 같이 현대화한 유기농 우유사업을 추진해 보라”는 것이었다.제대로 된 지역 상품 브랜드를 만들어보자는 제안을 고창군은 받아들였다.
문제는 젖소를 키우는 당사자인 낙농가를 설득하는 일이었다. 일반 젖소의 체질을 유기농으로 전환하는 데만 6개월 이상 걸리는 데다 넓은 초지와 축사를 확보해야 하는 점 등에 부담을 느낀 농가들은 쉽게 움직이지 않았다. 이듬해 ‘한국 낙농업의 아버지’로 불리던 김복용 회장까지 유명을 달리했다. 회사 경영을 이어받은 장남 김정완 회장은 유기농 우유 사업에 대한 선대 회장의 뜻을 강력히 밀어붙였다.
선대 회장의 지시가 내려진 지 1년반 만인 2006년 11월, 매일유업은 15개 낙농가의 마음을 돌리는 데 성공했다. 또다시 1년반쯤 지난 2008년 6월16일 매일유업은 첫 유기농 우유를 출시했다. 제품명은 ‘매일 상하목장’. 국내 유기농 우유 시장의 본격적인 확장을 알리는 순간이었다.
매일유업은 시장을 선점한 유기농 우유 부문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우유를 뛰어넘어 양돈, 한우, 농산물 등으로 유기농 사업을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2015년 유기농 매출 1000억원 넘긴다
국내 유기농 우유 시장은 초기 단계다. 올해 2조5000억원 선으로 추정되는 전체 우유 시장 가운데 1.6% 정도에 그칠 전망이다. 우유업체 출고가격 기준으로 400억원 내외다. 바꿔 말하면 잠재력은 그만큼 크다. 성장속도도 빠른 편이다. 지난해 21% 성장에 이어 올해 성장률은 29%를 넘어설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매일유업은 유기농 우유 부문에서 제품 출시 1년 만에 선두자리에 올랐다. 지난해 시장 점유율은 62%를 넘어섰다. 올해 매출은 작년에 비해 29.6% 많은 250억원에 이를 것으로 회사 측은 보고 있다.
유기농 우유 시장은 당분간 계속 커질 전망이다. 대량 생산 등으로 제품값이 내려가면 장기적으로 유럽처럼 전체 우유 시장의 10%까지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정부가 유기낙농 사업을 장려하고 있는 데다 소비자들의 ‘녹색 소비’도 늘어나고 있어서다. 매일유업은 2015년까지 유기농 우유 생산량을 지금의 3배 가까이로 늘려 매출 1000억원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상하농원, 친환경 전문 브랜드로 육성
‘고창군을 유기농 메카로 키운다.’ 매일유업의 장기 비전 가운데 하나다. 매일유업과 고창군청, 상하면 일대의 낙농가는 공동 운명체처럼 움직이고 있다. 매일유업이 이곳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이유다. 이 회사는 상하면 일대에 27만여㎡(8만여평)의 부지를 확보해 치즈 및 우유 생산시설, 농장 등을 운영하고 있다.
유기농 우유 생산 첫해인 2008년 하루 4t에 불과한 유기농 우유를 만들기 위해 100억원의 시설비를 투입했다. 미생물을 걸러내고 우유만 통과시키는 ‘마이크로 필터레이션 공법’도 국내 처음으로 도입해 전체 생산 과정을 무균화했다. 소비자 신뢰도가 높아지면서 하루 생산량이 지금은 25t 수준으로 늘어났다.
이 결과 고창군은 국내 대표적인 유기낙농 지역으로 자리매김했다. 매입유업은 고창군을 국내 최대 유기농 축산물 단지로 만드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회사 관계자는 “앞으로 고창군에서 우유뿐만 아니라 달걀 채소 과일 등 다양한 친환경 농축산물을 생산하는 계획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매일유업은 일반 우유 등 유제품 전반에 대한 품질을 높이기 위해 일반 낙농가들과의 협력도 강화하기로 했다. 낙농가가 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HACCP) 인증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을 늘리고 낙농가의 생산성 향상을 위한 축사 및 시설 현대화 작업 지원도 확대할 방침이다.
◆해외 사업 본격화…올 수출 40% 증가
중국 국영방송인 CCTV-2 경제채널은 매일유업 평택공장의 생산 시스템을 지난달 20일 보도했다. 이 공장에서 생산하는 분유의 안전관리 시스템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CCTV가 특정 사안과 관련해 한국을 방문, 취재한 것은 이례적이다. 매일유업은 이번 보도로 자사분유 제품의 신뢰도가 중국 내에서 크게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맞춰 중국에 대한 분유 수출을 가속화한다는 방침이다. 연말부터 월 100만달러 규모의 중국 수출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베트남 시장 공략에도 나섰다. 3년간의 현지 시장조사를 거친 뒤 베트남 유아의 체질에 맞춘 제품을 개발, 지난 3월 ‘엔젤락’과 ‘엔젤그로우’라는 베트남 전용 제품을 내놨다. 중동지역에선 매일유업 분유가 이미 자리를 잡았다. 현지 아기 5명 중 1명꼴로 ‘매일 맘마’를 먹고 있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지난 5월엔 중국 현지 업체와 손잡고 칭다오에서 요구르트 생산도 시작했다. 회사 관계자는 “올해 수출은 작년보다 40.9% 늘어난 2100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매일유업은 또 아동복 자회사인 제로투세븐의 중국 내 매출이 급증하면서 분유 판매도 함께 늘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고, 최근 리뉴얼한 가공유 ‘우유속에’의 소비자 반응이 좋아 올해 주춤했던 회사전체 매출이 내년엔 1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했다.
◆17명 환아(患兒)만을 위한 분유도 생산
회사 특성에 맞는 사회공헌 활동에도 적극적이다. 매일유업은 선천성 대사이상 환아들을 위한 특수 분유를 12년째 만들고 있다. 신생아 6만명 중 1명꼴로 태어나는 이들 환아는 선천적으로 아미노산을 분해하는 효소가 부족하거나 생성되지 않아 모유는 물론 밥도 마음대로 먹을 수 없다. 매일유업은 이들을 위해 매년 수억원의 적자를 무릅쓰고 특정 아미노산을 없애는 대신 비타민 등 영양 성분을 보충한 10개 제품을 개발해 공급하고 있다.
이들 분유는 3세 미만 환아 중심의 제품이다. 4세 이상 선천성 대사이상 환아들은 고가의 수입 분유에 의존해야 했다. 특수 분유 개발에는 상당한 투자와 개발 이후 적자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분유업체들도 쉽게 손대지 못했다. 그랬던 것을 매입유업이 최근 개발했다. 국내 17명뿐인 환아를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생산라인을 한 번 돌리면 9500캔 내외의 특수 분유가 만들어지는데, 17명의 환아들이 연간 소비하는 물량은 1500캔에 불과해 8000캔은 폐기하고 있다고 회사측은 밝혔다.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