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적 굴뚝 기업인 포스코의 최종 목표는 '탄소 발생 없이 쇳물을 만드는' 것이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의 화두 역시 '탄소 추방'이다. 그 첫걸음이 바로 파이넥스(FINEX) 설비 상용화다. 일반 제철소는 쇳물을 만들 때 부스러기 형태의 철광석과 유연탄을 용광로에 넣기 전 덩어리 형태로 만드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파이넥스는 이런 중간 과정을 생략한 기술이다.

파이넥스 공법으로 쇳물을 생산하면 기존 제철설비보다 작업공정을 2단계 줄여 경제성을 35% 높이고,제조원가를 15~17% 절감할 수 있다. 지금까지 용광로 공법에서는 반드시 원료를 덩어리로 만드는 소결공장과 코크스공장을 거쳐야 했다. 제철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등 오염물질도 크게 줄일 수 있다.

포스코는 1992년부터 본격적인 연구에 들어가 2007년엔 세계 처음으로 파이넥스 설비를 상용화했다. 상용화 당시 60만t 규모의 파이넥스 시험 설비(1호기)를 만든 데 이어 150만t 규모의 설비(2호기)를 완공,가동해 왔다. 올해 6월엔 200만t 규모의 파이넥스 설비를 추가 도입키로 결정했다. 이를 위해 1조3000억원을 투자한다. 이번에 착공한 200만t 규모의 파이넥스 3호기는 비(非)용광로 쇳물 제조공법으론 세계 최대 규모다.

정 회장은 "파이넥스는 세계 철광석 매장량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저급 철광석과 일반탄을 사용할 수 있어 기존 고로공법에 비해 환경오염 물질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기술"이라며 "포스코가 녹색 제철 기술을 선도하는 리더로서 지속적으로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포스코는 파이넥스 상용화 외에도 작년부터 탄소 추방을 위한 중 · 장기 프로젝트에 들어갔다. 원자로를 이용,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지 않고 쇳물을 생산해내겠다는 프로젝트다. 이른바 '수소 환원 제철' 기법이다.

산화(O) 상태로 보존되는 철광석에 일산화탄소(?s) 대신 수소(H)를 사용,제철용 철광석 가공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아닌 물(??)이 나오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950도 이상의 고열로 핵을 융합시킬 수 있는 초고온 가스 원자로를 개발한다는 장기 계획을 추진하기로 했다. 낮은 원가로 대량의 수소를 발생시키기 위해서는 이 정도의 높은 온도로 작동하는 원자로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다만 막대한 자금과 관련 기술이 필요한 과제라 수소 환원 제철을 당장 개발하기는 어렵다. 2050년을 개발 목표 시기로 제시한 배경이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