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봤을 때도 인구 당 건선의 발생 빈도가 적도 지방으로 갈수록 현저하게 감소하는 반면 위도가 높은 추운 북극 지방은 높아진다.또한 건선을 앓고 있는 환자가 임신했을 경우 건선이 호전되는 것도 바로 체온과의 관계를 말해준다. 임신을 하게 되면 체온과 맥박수가 평상시보다 상승하는 현상이 나타나는데 이로 인해 임신기간 동안 건선이 호전된다는 것이다.
의학전문가들은 저체온일수록 효소의 기능과 신진대사가 나빠져 면역력이 떨어진다고 입을 모은다. 일본의 의학박사 이시하라 유미씨도 “체온이 1도 떨어지면 면역력은 30%가 약해지고 체온이 1도 올라가면 5~6배로 면역력이 강해진다”고 자신의 저서를 통해 언급한 바 있다.
이들 말대로라면 우리 몸의 발열 현상은 질병을 치료하는 원동력인 셈이다.그렇다면 감기로 인해 발생한 열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보통 열이 오르면 그로 인한 고통 때문에 해열제부터 복용하지만 한의사들은 면역세포와 감기바이러스의 한 판 싸움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웬만하면 참으라고 말한다.해열제를 쓰면 열은 내리는 것 같아도 결국엔 자연치유력을 약화시킨다는 이유다.
하다못해 한의사들은 아예 체온조절요법을 통해 적극적으로 질병치료에 나선다. 한의학적 이론에 따르면 피부질환은 체온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아토피·건선 전문 생기한의원 박치영 원장은 “임상에서 볼 때 아토피와 건선은 소음인과 태음인 등 냉한 체질의 사람들에게 주로 많이 생기는데, 한의학에서는 이를 ‘양허증’이라고 부른다”며 “녹용과 인삼 등 열을 내는 약재를 환자의 건강상태에 맞춰 처방한다”고 밝혔다. 그래서 아토피·건선의 한방치료는 인위적으로 열을 높여 체온조절장치인 땀을 통해 몸속의 독소를 밖으로 내보낸다고 해서 ‘디톡스 요법’ 혹은 ‘빼기요법’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체온이 내려가는 것은 꼭 추위만의 문제가 아니다. 스트레스, 운동부족, 잦은 냉풍기 사용, 차가운 식품 섭취, 무리한 다이어트 등도 체온을 떨어뜨린다. 특히 스트레스를 받으면 상기되면서 일시적으로 체온이 올라가지만 장시간 지속되면 신진대사기능 또한 약화되다가 결국엔 몸이 차가워진다. 요즘 건선의 가장 두터운 환자 층으로 부상하고 있는 20대 사무직여성들의 경우 실제로 냉한 체질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서도 운동이 부족한 사람들이 많다.
박치영 생기한의원 원장은 “인위적으로 체온을 높이는 것보다 더 근본적인 치료는 일상생활에서 체온을 높이는 습관을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규칙적인 운동과 따뜻한 목욕은 물론 따뜻한 기운을 많이 함유하고 있는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좋으며 스트레스를 되도록 멀리하고 받더라도 제 때 풀어낼 수 있는 자신만의 노하우를 하나쯤은 가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