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월계동에 있는 셀프형 세계맥주 할인점 '맥주바켓'.오드리 사장(30 · 사진)이 운영하는 이곳은 분위기부터 젊다. 이곳에 가면 카페와 주점,마트를 합쳐놓은 듯한 이색적인 매장 내부가 펼쳐진다. 분위기 좋은 카페형 인테리어가 인상적이다. 한쪽 테이블에선 다양한 맥주를 즐기는 사람들이,또 다른 한쪽에서는 맥주를 쇼핑해 바구니에 담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오 사장은 "맥주바켓은 다양한 세계 각국의 맥주를 저렴한 가격으로 즐길 수 있는 신개념 셀프형 할인 매장"이라며 "바켓은 바(Bar)와 마켓(Market)의 합성어로 마켓에서 쇼핑을 하듯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맥주를 골라먹을 수 있는 바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직장생활을 하던 오 사장이 가게를 개점한 것은 지난 8월 중순.148㎡ 규모의 점포를 오픈하는 데 모두 2억5000만원의 창업비용이 들었다. 지난달 한 달간 매출은 4300만원을 기록했다. 순이익은 매출 대비 30% 선.오 사장은 "안주의 매출 의존도를 줄인 셀프형 경영방식을 채택해 서빙과 주방에 필요한 인력을 줄일 수 있어 인건비가 절감된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손님들에게 편안하고 자유로운 분위기를 제공하는 매장 운영 방식은 '맥주바켓'의 가장 큰 특징이다. 좌석에 비치된 바구니에 먹고 싶은 세계맥주와 얼음을 담아오는 셀프 판매방식인 데다 안주 주문을 강요하지도 않는다. 치킨,피자와 같은 외부 음식 반입과 배달을 허용하고 있다는 점이 여느 술집과는 다르다. 맥주바켓의 슬로건은 '3 OK'로 △고객이 안주를 안 시켜도 OK △안주를 직접 사와도 OK △매장에서 배달음식을 주문해도 OK라는 뜻이다.

매장 안을 둘러보면 그냥 맥주만 마시는 손님,음식을 포장해 와 먹는 손님,좋아하는 음식을 배달시켜 맥주와 함께 즐기는 손님들이 뒤섞여 있다. 안주를 주문하는 고객은 50%에 불과하다. 사정이 이런데도 매출을 어떻게 올릴까. 오 사장은 "기존 맥주전문점 경영의 고정관념을 깬 이 같은 영업 형태는 수익의 80% 이상을 맥주 판매로 올리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소개했다.

이 가게에선 100여가지 종류의 맥주를 2900원부터 9900원까지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매장 수익의 대부분이 맥주에서 나오는 만큼 안주를 판매하지 않아도 안정적인 매출을 올릴 수 있는 것이다. 셀프 문화에 거부감이 없는 젊은 고객이 대부분이어서 골라 먹는 것을 재미있게 생각하고 부담 없이 즐기다 가는 분위기라고 오 사장은 전했다.

가게 위치가 환승역 인근이어서 유동인구가 많고 대학이 인접해 있으며 주택가도 가까워 접근성이 좋은 편이다. 주 고객층은 20대 중반에서 30대 중반으로 이 중 약 40%가 대학생들이다. 처음 오는 사람들 중에는 손수 맥주를 골라야 하는 셀프 방식을 귀찮아하기도 한다. 그러나 한두 번 들르면 오히려 고르는 재미에 푹 빠져 단골이 되는 경우도 있다는 것.홍보는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 편이다. 이색적인 매장이 있다는 것을 손님들이 구전으로 알려주기 때문이다.

오 사장은 "일자리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현실을 감안해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를 선택해 창업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02)942-9954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