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語로 세상 비추는 스웨덴의 '말똥가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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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 수상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결정된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80)는 스웨덴의 '국민시인'으로 불린다. 그는 자연에 대한 깊은 성찰과 명상을 주제로 시를 써왔다. 독일의 페트라르카 문학상,보니어 시상,노이슈타트 국제문학상 등 세계적인 문학상을 수상하며 오래 전부터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돼왔다. 1996년 폴란드의 비슬라바 쉼보르스카 이후 15년 만에 탄생한 시인 수상자다.
그는 스톡홀름에서 기자인 아버지와 교사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런마료 섬에서 여름을 보내곤 했는데 그 곳의 풍경은 훗날 그의 시를 풍요롭게 해줬다. 그는 음악과 그림에도 관심이 많았으며,고고학과 자연과학에도 매료돼 탐험가를 꿈꾸기도 했다.
스톡홀름대 심리학과 재학 중이던 1954년 첫 시집 《17편의 시》로 등단한 그는 베스테로스 등 스톡홀름에서 멀지 않은 지방에서 심리상담사로 활동했다. 소년범과 장애인,범죄자,마약 중독자들을 위한 활동과 시작을 병행했으며 모두 15권의 시집을 냈다. 그의 시는 5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됐� 세계적인 명성을 누렸다. 20여년 전 뇌졸중으로 쓰러져 반신마비 상태이지만 작품활동을 멈추지 않고 있다. 딸 파울라 트란스트뢰메르는 외신과의 전화통화에서 "아버지가 수상 사실을 차분히 전해 들었고,가족들이 모두 기뻐했다"고 전했다.
그는 초기 작품에서 스웨덴 자연시의 전통을 보여줬으며 이후엔 개방적이며 관대해졌다. 세상을 높은 곳에서 신비적인 관점으로 보며,자연 세계를 세밀하고 예리한 초점으로 묘사했다. 그래서 스웨덴에서는 그를 '말똥가리 시인'이라고 부른다. 매과의 조류인 말똥가리처럼 세상을 높은 지점에서 내려다보되,지상의 자질구레한 세목들에 날카로운 초점을 맞춘다는 것이다. '꼼꼼한 거시주의' 혹은 '거시적 미시주의'가 그의 특징이다.
중기에 접어들어서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자유분방한 상상력을 드러냈다. 이 때문에 다른 시인들로부터 정치현실을 외면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시를 들여다보면 나름의 정치사회적 발언을 내비치지 않은 것도 아니다. 그는 정치적으로 급진도 반동도 아닌 제3의 길을 요구했다.
그는 1년에 네댓 편 정도의 시를 쓴 '과묵한' 시인이었다. 이러한 시작(詩作) 과정을 통해 차분하고 조용하게,서두르지 않고 시류에 흔들림 없이 '침묵과 심연의 시'를 생산했다.
스웨덴 자연시의 토착적인 심미적 전통 위에 모더니즘의 세계를 펼쳤다. 그의 작품은 '홀로 깊어 열리는 시' 혹은 '심연으로 치솟기'의 시다. '세상 뒤집어보기'의 시이기도 하다.
그런 만큼 그의 시 한편 한편이 담고 있는 공간은 무척이나 광대하고 무변하다. 잠과 깨어남,꿈과 현실,혹은 무의식과 의식 간의 경계지역 탐구가 트란스트뢰메르 시의 주요 영역이다. 이미지 구사의 귀재,혹은 비유적 언어구사의 마술사로 평가받는다.
국내엔 영어 번역본 한 권만 소개
그의 작품은 국내에 제대로 소개돼 있지 않다. 스웨덴어로 쓴 시집은 한 권도 번역되지 않았고,영어판 시집에서 뽑은 시를 모은 《기억이 나를 본다》(들녘)가 2004년 발간됐을 뿐이다. 이 시집은 '오늘의 세계 시인' 시리즈 중 하나로 시인 고은이 책임 편집했다.
문학평론가인 김성곤 서울대 영문과 교수는 "트란스트뢰메르는 스칸디나비아 특유의 자연환경에 대한 깊은 성찰과 명상을 통해 삶의 본질을 통찰함으로써 서구 현대시의 새로운 길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정치적 다툼의 지역보다는 북극의 얼음이 해빙하는 곳,또는 난류와 한류가 만나는 화해와 포용의 지역으로 독자들을 데리고 간다"며 "북구의 투명한 얼음과 끝없는 심연과 영원한 침묵 속에서 세상을 관조하며 우리 모두가 공감하는 보편적 우주를 창조해낸다"고 설명했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
그는 스톡홀름에서 기자인 아버지와 교사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런마료 섬에서 여름을 보내곤 했는데 그 곳의 풍경은 훗날 그의 시를 풍요롭게 해줬다. 그는 음악과 그림에도 관심이 많았으며,고고학과 자연과학에도 매료돼 탐험가를 꿈꾸기도 했다.
스톡홀름대 심리학과 재학 중이던 1954년 첫 시집 《17편의 시》로 등단한 그는 베스테로스 등 스톡홀름에서 멀지 않은 지방에서 심리상담사로 활동했다. 소년범과 장애인,범죄자,마약 중독자들을 위한 활동과 시작을 병행했으며 모두 15권의 시집을 냈다. 그의 시는 5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됐� 세계적인 명성을 누렸다. 20여년 전 뇌졸중으로 쓰러져 반신마비 상태이지만 작품활동을 멈추지 않고 있다. 딸 파울라 트란스트뢰메르는 외신과의 전화통화에서 "아버지가 수상 사실을 차분히 전해 들었고,가족들이 모두 기뻐했다"고 전했다.
그는 초기 작품에서 스웨덴 자연시의 전통을 보여줬으며 이후엔 개방적이며 관대해졌다. 세상을 높은 곳에서 신비적인 관점으로 보며,자연 세계를 세밀하고 예리한 초점으로 묘사했다. 그래서 스웨덴에서는 그를 '말똥가리 시인'이라고 부른다. 매과의 조류인 말똥가리처럼 세상을 높은 지점에서 내려다보되,지상의 자질구레한 세목들에 날카로운 초점을 맞춘다는 것이다. '꼼꼼한 거시주의' 혹은 '거시적 미시주의'가 그의 특징이다.
중기에 접어들어서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자유분방한 상상력을 드러냈다. 이 때문에 다른 시인들로부터 정치현실을 외면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시를 들여다보면 나름의 정치사회적 발언을 내비치지 않은 것도 아니다. 그는 정치적으로 급진도 반동도 아닌 제3의 길을 요구했다.
그는 1년에 네댓 편 정도의 시를 쓴 '과묵한' 시인이었다. 이러한 시작(詩作) 과정을 통해 차분하고 조용하게,서두르지 않고 시류에 흔들림 없이 '침묵과 심연의 시'를 생산했다.
스웨덴 자연시의 토착적인 심미적 전통 위에 모더니즘의 세계를 펼쳤다. 그의 작품은 '홀로 깊어 열리는 시' 혹은 '심연으로 치솟기'의 시다. '세상 뒤집어보기'의 시이기도 하다.
그런 만큼 그의 시 한편 한편이 담고 있는 공간은 무척이나 광대하고 무변하다. 잠과 깨어남,꿈과 현실,혹은 무의식과 의식 간의 경계지역 탐구가 트란스트뢰메르 시의 주요 영역이다. 이미지 구사의 귀재,혹은 비유적 언어구사의 마술사로 평가받는다.
국내엔 영어 번역본 한 권만 소개
그의 작품은 국내에 제대로 소개돼 있지 않다. 스웨덴어로 쓴 시집은 한 권도 번역되지 않았고,영어판 시집에서 뽑은 시를 모은 《기억이 나를 본다》(들녘)가 2004년 발간됐을 뿐이다. 이 시집은 '오늘의 세계 시인' 시리즈 중 하나로 시인 고은이 책임 편집했다.
문학평론가인 김성곤 서울대 영문과 교수는 "트란스트뢰메르는 스칸디나비아 특유의 자연환경에 대한 깊은 성찰과 명상을 통해 삶의 본질을 통찰함으로써 서구 현대시의 새로운 길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정치적 다툼의 지역보다는 북극의 얼음이 해빙하는 곳,또는 난류와 한류가 만나는 화해와 포용의 지역으로 독자들을 데리고 간다"며 "북구의 투명한 얼음과 끝없는 심연과 영원한 침묵 속에서 세상을 관조하며 우리 모두가 공감하는 보편적 우주를 창조해낸다"고 설명했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