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쉰 여섯이던 스티브 잡스의 삶을 가져간 췌장암은 어떤 병이었을까.

잡스는 지난 8월 건강 악화로 애플의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물러나 췌장암이 대중의 궁금증을 불러왔다.

당시 로이터통신은 잡스가 앓고 있던 병이 '아일렛세포 신경내분비계암(islet cell neuroendocrine tumor)' 등이 악화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의의 말을 인용해 전했다.

이 병은 미국 췌장암 환자의 1%가량이 걸린다는 희귀병으로 알려져 있다.

잡스는 2004년 췌장암 수술을 받았고 2009년에는 간이식 수술을 받는 등 그의 건강 문제가 오랫동안 언론에 노출돼 왔다. 잡스는 올 1월 건강 상의 이유로 병가를 내기도 했다.

시더스-시나이 메디컬센터의 췌장·간 전문의인 시몬 로 박사는 이와 관련 "이 같은 수술을 거친 경우 암이 번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로 박사는 이어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이 같은 환자 가운데 4분의 3에 해당하는 비율이 간 이식 치료 후 2년에서 5년 사이에 암이 재발할 수 있다"며 "이 때엔 간에서 재발하거나 체내 다른 기관으로 번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환자들에게 면역억제제(장기 이식의 거부반응 예방 등에 쓰는 물질)를 투여할수록 자연 면역력이 떨어서 암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잡스가 앓는 희귀암은 95%가 5년내 사망하는 등 치사율이 매우 높다는 게 로 박사의 설명이다.

미국 암연구소와 샌프란시스코 대학 등에 따르면 이와 관련한 질병으로 간 이식 수술을 받은 환자 가운데 80%는 적어도 5년은 살 수 있다. 또 이 암은 이전보다는 치료하기 쉬워졌고 치사율도 낮아졌다.

그러나 잡스는 치료 후에도 눈에 띄게 야위어 졌고 올 초에는 병가를 내면서 암 재발설과 함께 '6주 시한부설'도 잇따라 나왔다.

지난 8월 잡스가 사임하기 직전, 애플 이사회에 보낸 사임 서한에서도 "직무를 수행할 수 없고 기대를 충족시킬 수 없는"이라는 등 건강 악화를 암시하는 표현이 나왔다.

잡스가 사임하던 당시 애플은 이유를 명확히 밝히진 않았으나 이 때문에 그의 건강에 다시 문제가 생긴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었다.

잡스는 5일(현지시간) 오랜 병마를 끝내 이기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 사망 원인은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현재로선 췌장암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경닷컴 김정훈·김동훈 기자 lenn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