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에서 특정 주식이 며칠간 하락하면 다른 요인을 별로 고려하지 않고 손절매 대신 물타기를 하는 것과 비슷한 심리다. 오류에 빠질 가능성은 자신이 직접 돈을 걸 때 더 커진다. 복권을 살 때도 직접 번호를 고른 사람은 기계에 숫자 조합을 맡긴 사람들에 비해 당첨 기대가 압도적으로 높아진다고 한다. 이들 두 집단을 대상으로 그 복권을 팔라고 요구하는 실험을 했더니 직접 고른 사람들이 평균 4배나 높은 값을 불렀단다.
'니어미스 효과(near-miss effect)'란 것도 있다. 원래는 표적에 가까운 착탄(着彈)이란 군사용어지만 도박에선 도박꾼의 오류와 유사한 심리적 함정을 의미한다. 7이란 숫자 세 개가 동시에 뜨면 코인이 쏟아지는 슬롯머신에서 7 두 개가 늘어선 뒤 세 번째 당겼을 때 7이 조금 걸치고 말았다고 치자.이는 다음 게임에 별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대부분 "거의 딸 뻔했다"고 해석한다. 막연하게 '대박'이 눈앞에 왔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도박은 냉혹한 확률의 영역이다. 그런데도 속절없이 빠져들어 패가망신하는 사람들이 자꾸 생긴다. 도박중독자는 뇌 속 호르몬이나 특정한 뇌 부위의 기능이 다르다는 주장도 나온다. 근무시간에 상습적으로 카지노에 출입한 공무원 100명이 감사원에 줄줄이 걸려들었다. 서울대 충주대 등 일부 국립대 교수는 강의를 쉬거나 조교에 맡긴 채 카지노로 달려갔고,경찰 간부는 병가를 낸 후 밤샘 도박을 즐겼다. 비상대기해야 할 소방관이 자리를 비우고 카지노로 출동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도박중독자는 350만여명으로 성인의 약 9.5%(2008년 한국문화관광연구원)다. 270여만명은 상담이 필요하고,80여만명은 당장 치료해야 하는 상태란다. 캐나다 2.2%,호주 2.4%,영국 1.9%에 비해 3~5배나 높다. 도박에 중독되면 본인 인생이 망가지는 건 물론 가정까지 풍비박산난다. 중독되기 전에 절제하는 게 상책이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