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무 LG그룹 회장이 6일 "임원들이 직접 나서서 동반성장을 챙겨달라"고 당부했다.

구 회장은 이날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열린 그룹 임원세미나에서 "동반성장으로 실질적인 변화와 성과가 나타날 때까지 임원들이 현장 곳곳을 다녀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동반성장의 성공 여부는 우리가 얼마나 베풀었느냐가 아니라 협력회사가 실제로 경쟁력을 키워 기업 생태계가 얼마나 튼튼해졌는지가 판단의 기준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임원회의가 끝난 뒤 동반성장 현장을 직접 방문했다. 구 회장이 둘러본 곳은 LG화학 협력사인 경기 화성의 디에이테크놀로지.구 회장의 협력사 방문은 지난 4월 경남 김해의 LG전자 협력사 이코리아산업에 이어 올해 두 번째다. 디에이테크놀로지는 1997년 설립된 2차전지 설비 생산회사로 LG화학과 함께 5월 전기자동차 배터리에서 전극의 불필요한 부분을 제거하는 노칭 설비를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 현재 소형 배터리용 노칭 국산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에 힘입어 이 회사의 올해 매출액은 작년보다 50% 늘어난 23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LG화학 역시 설비 국산화로 구매비용을 20~50%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구 회장은 디에이테크놀로지 임직원들을 만나 이 같은 협력 성과를 듣고 향후 양사의 협력 계획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전기차용 배터리 같은 2차전지 분야는 대표적인 미래 성장산업으로 치열한 기술 경쟁이 벌어지고 있어 대 · 중소기업의 탄탄한 협력관계가 더욱 필수적"이라며 동반성장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구 회장이 그룹 내 동반성장 전도사를 자처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올 1월 신임 임원과의 대화에서는 "이제부터 협력사와 갑을관계는 없다"며 "협력사에 단순히 도움을 주겠다는 시각에서 벗어나 협력사의 성장이 곧 우리의 성장임을 인식하고 실행해달라"고 주문했다. 이어 3월 임원 세미나 때는 "협력사와 동반성장 없이는 LG의 경쟁력 향상은 불가능하다"고 한 데 이어 4월에는 "LG전자가 뛰어난 완성품을 글로벌시장에 제공할 수 있었던 것은 협력사의 뒷받침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협력사를 치켜세우기도 했다.

구 회장은 동반성장의 중요성을 단순히 말로 강조하는 데 그치지 않고,성과를 계열사별로 평가하기로 했다. 다음달 열릴 계열사별 업적보고회에서 '동반성장 5대 전략과제'를 점검하기로 했다. 5대 과제는 △연구개발(R&D) 지원 △장비 및 부품 국산화 △사업지원 △금융지원 △협력사 소통 강화 등이다. 이에 대해 LG 관계자는 "중소 협력사의 경쟁력을 높이고 기업 생태계를 튼튼히 만들기 위한 활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하기 위한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구 회장은 이날 임원회의에서 "글로벌 재정위기가 각 사업에 미치는 영향을 철저히 점검해 내년을 대비하라"고 지시했다. 특히 "차별적 고객가치로 시장을 선도해 가기 위해서는 적당한 목표를 두고 안전한 방법만을 찾아서는 안된다"며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각오를 가지고 치열하게 노력해줄 것"을 주문했다. 또 "사업이든 인재 확보든 모든 부분에서 누구보다 먼저,더 과감히 투자하는 발상의 전환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