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56)는 췌장암 진단을 받은 이후 8년이나 투병했지만 끝내 병마를 이기지 못했다. 전문의들은 그의 죽음이 암 진행 과정에서 이미 예견됐으며 비교적 오랜 기간 투병한 것이라고 말했다.

췌장암은 암 중에서도 가장 지독한 암이다. 앞서 영화배우 패트릭 스웨이지,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이 암으로 사망했고 올해 노벨의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랠프 슈타인먼도 발표 직전 췌장암으로 숨졌다.

의학계에선 특유의 증상이 없고 전이가 쉬워 치료가 어렵다는 견해가 중론이다. 1980년대엔 췌장암 환자 1000명 중 1명만 생존했다. 지금은 상황이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5년 생존율 7.6%로 낮다. 갑상샘암 5년 생존율 99.3%,전립선암 86.2%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수치다. 그래서 붙여진 명칭이 '악성암'으로 국내에선 중년 남성들이 5번째로 많이 걸리는 암이다.

잡스는 통상적인 췌장암이 아닌,엄밀하게는 췌장에 신경내분비 종양이 발생한 형태다. 10만명당 한 명 정도 걸리는 희귀 췌장암에 속한다. 주변 장기로 전이가 신속히 발생하기는 하지만 일반적인 췌장암과 달리 장기간 생존하는 게 특징이다.

김명환 서울아산병원 교수는 "잡스의 경우 간 이식을 받았지만 췌장암이 간으로 재전이돼 결국 사망에 이르게 됐다"며 "간암의 경우 간 이식을 통해 완전한 치료가 될 수 있지만,췌장암에서 간으로 암이 전이된 경우 간 이식은 일시적인 치료로밖에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췌장암을 정확히 진단할 수 있는 방법은 복부 컴퓨터단층(CT) 촬영이다. 그러나 건강검진을 목적으로 한 복부 CT 촬영은 건강보험 혜택이 없어 비용이 꽤 나온다. 그러나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다면 정기적으로 복부 CT 촬영을 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최상의 췌장암 예방법이라 할 수 있다. 송시영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췌장암은 항암치료가 가장 잘 듣지 않는 암"이라며 "다른 어떤 암보다도 조기 진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