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투자 말라는 건지…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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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 약정'에 발목 잡힌 한진그룹
항공·해운업 특성 무시, 채권단 '일방 잣대' 고집…한진 연내 졸업 어려워
항공·해운업 특성 무시, 채권단 '일방 잣대' 고집…한진 연내 졸업 어려워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사진)이 재무구조 개선 약정에 대해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조 회장은 지난 5일 본지 기자와 만나 "연내에 재무구조개선 약정(MOU)을 졸업하긴 어려울 것 같다"며 채권단의 획일적인 약정 기준 적용을 비판했다. 한진그룹은 2009년 말 채권단과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맺어 아직까지 졸업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조 회장은 "최근 은행들과 얘기해봤으나 말이 통하지 않는다"며 "채권단에선 부채비율 산정 등 기존 약정 기준이 변함없기 때문에 졸업이 어렵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고 말했다. 채권단은 기업의 △이자보상배율 △영업이익률 △총자산 회전율 등을 점수화한 후,일정 기준의 부채비율 요건(150~350% 사이)을 적용해 약정 대상을 정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채권단이 업종의 특성을 무시한 채 일방적인 부채비율 기준을 잣대로 들이댄다"는 게 조 회장의 생각이다.
조 회장은 항공업에 대한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한항공의 경우 작년엔 1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달성한데다 최근 여객 수요도 꾸준히 늘고 있다"며 "통상 항공기나 유류 도입으로 인해 외화 부채가 많은 항공산업의 특성을 무시한 채,실적이 가장 안 좋았던 해의 재무제표를 근거로 맺은 약정을 고집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특히 요즘처럼 환율이 급등할 때는 그냥 앉아만 있어도 부채가 늘어나는 게 항공사업의 특징"이라며 "항공이나 해운 등 업종에 대한 (금융권의) 이해가 전혀 없는 것 같다"고 잘라 말했다. 대한항공은 환율이 10원 오르면 연간 640억원의 부채가 늘어나는 사업구조를 갖고 있다. 때문에 작년 말 약 400%대였던 부채비율 역시 환율 상승 여파 등으로 지난 6월 말 기준 580%대로 상승했다.
약정 졸업이 미뤄지고 있는 데 따른 어려움과 불편함도 호소했다. 그는 "약정으로 인해 중 · 장기 자금을 조달할 때 금리가 높아져 투자를 하려 해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결국 우리 보고 투자를 줄이거나 앞으로 열심히 투자하지 말라는 얘기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기업 입장에서 인수 · 합병(M&A)이나 해외 투자 등 신규 사업에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조 회장은 채권단의 인식과 대응책도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은행들도 이젠 항공 해운 조선 등 업종의 특수성을 이해하고 바뀐 현실과 환경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계속 획일적인 잣대를 기준으로 삼으면 오히려 튼튼한 기업도 약정으로 인해 허약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채권단은 기업의 한두 해 실적이 좋아졌다고 해서 약정 대상에서 제외시키긴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통상 3년 평균 실적을 계산해 판단해왔기 때문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한진을 비롯한 몇몇 대기업의 실적이 작년부터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근본적인 재무구조 개선에 따른 것인지,반짝 실적인지,다른 계열사의 재무구조도 함께 개선됐는지 등을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며 "재무구조가 획기적으로 개선됐고 앞으로도 계속 좋아질 것이란 판단이 설 때만 졸업이 가능하다"고 했다.
한편 조 회장은 그동안 인수 대상으로 검토해온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KAI가 상장 이후 주가가 너무 오른 상태"라며 "하이닉스반도체 매각이 끝나면 KAI가 시장에 나올 텐데,현재 주가에다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주고 인수하긴 어렵게 됐다"고 밝혔다.
장창민/이유정 기자 cmjang@hankyung.com
조 회장은 "최근 은행들과 얘기해봤으나 말이 통하지 않는다"며 "채권단에선 부채비율 산정 등 기존 약정 기준이 변함없기 때문에 졸업이 어렵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고 말했다. 채권단은 기업의 △이자보상배율 △영업이익률 △총자산 회전율 등을 점수화한 후,일정 기준의 부채비율 요건(150~350% 사이)을 적용해 약정 대상을 정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채권단이 업종의 특성을 무시한 채 일방적인 부채비율 기준을 잣대로 들이댄다"는 게 조 회장의 생각이다.
조 회장은 항공업에 대한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한항공의 경우 작년엔 1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달성한데다 최근 여객 수요도 꾸준히 늘고 있다"며 "통상 항공기나 유류 도입으로 인해 외화 부채가 많은 항공산업의 특성을 무시한 채,실적이 가장 안 좋았던 해의 재무제표를 근거로 맺은 약정을 고집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특히 요즘처럼 환율이 급등할 때는 그냥 앉아만 있어도 부채가 늘어나는 게 항공사업의 특징"이라며 "항공이나 해운 등 업종에 대한 (금융권의) 이해가 전혀 없는 것 같다"고 잘라 말했다. 대한항공은 환율이 10원 오르면 연간 640억원의 부채가 늘어나는 사업구조를 갖고 있다. 때문에 작년 말 약 400%대였던 부채비율 역시 환율 상승 여파 등으로 지난 6월 말 기준 580%대로 상승했다.
약정 졸업이 미뤄지고 있는 데 따른 어려움과 불편함도 호소했다. 그는 "약정으로 인해 중 · 장기 자금을 조달할 때 금리가 높아져 투자를 하려 해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결국 우리 보고 투자를 줄이거나 앞으로 열심히 투자하지 말라는 얘기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기업 입장에서 인수 · 합병(M&A)이나 해외 투자 등 신규 사업에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조 회장은 채권단의 인식과 대응책도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은행들도 이젠 항공 해운 조선 등 업종의 특수성을 이해하고 바뀐 현실과 환경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계속 획일적인 잣대를 기준으로 삼으면 오히려 튼튼한 기업도 약정으로 인해 허약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채권단은 기업의 한두 해 실적이 좋아졌다고 해서 약정 대상에서 제외시키긴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통상 3년 평균 실적을 계산해 판단해왔기 때문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한진을 비롯한 몇몇 대기업의 실적이 작년부터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근본적인 재무구조 개선에 따른 것인지,반짝 실적인지,다른 계열사의 재무구조도 함께 개선됐는지 등을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며 "재무구조가 획기적으로 개선됐고 앞으로도 계속 좋아질 것이란 판단이 설 때만 졸업이 가능하다"고 했다.
한편 조 회장은 그동안 인수 대상으로 검토해온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KAI가 상장 이후 주가가 너무 오른 상태"라며 "하이닉스반도체 매각이 끝나면 KAI가 시장에 나올 텐데,현재 주가에다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주고 인수하긴 어렵게 됐다"고 밝혔다.
장창민/이유정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