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스 사망'이 띄운 IT株…LG그룹주ㆍ하이닉스 일제 급등
삼성전자를 필두로 한 정보기술(IT)주들이 동반 급등했다. 스티브 잡스 전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국내 IT업체들이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을 것이란 기대로 외국인과 기관의 매수세가 유입된 덕분이다.

삼성전자는 6일 1만3000원(1.54%) 오른 85만5000원으로 이틀 연속 강세를 이어갔다. 기관이 이날 하루에만 875억원을 순매수했고 외국인은 183억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였다. 하이닉스도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매수 속에 2만1200원으로 6% 뛰었다.

그동안 반도체주에 비해 부진한 흐름을 보였던 다른 IT주들은 오름폭이 더 컸다. 삼성SDI가 12만500원으로 상한가까지 올랐고 삼성전기는 14.57% 급등한 8만20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LG전자(6.33%) LG디스플레이(7.44%) LG이노텍(10.08%) 등도 동반 강세를 보였다.

김성인 키움증권 상무는 "3분기 원 · 달러 환율 상승으로 '어닝 서프라이즈'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잡스의 사망 소식이 더해지며 IT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개선됐다"고 말했다. 그는 "잡스의 사망으로 향후 애플과 삼성전자 간 특허전쟁이 조기에 마무리되고,애플의 삼성 의존도가 다시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잡스의 사망으로 애플의 스마트폰 전략에 공백이 생기면서 국내 IT업체들의 입지가 강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김록호 대신증권 선임연구원은 "미국 통신서비스 업체들이 4G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애플이 롱텀에볼루션(LTE)폰 출시를 연기한 것은 삼성전자를 비롯한 경쟁 업체들에 기회"라고 말했다.

하지만 상당수 전문가들은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하며 일회성 이벤트에 따른 주가 상승이 단기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승우 신영증권 IT팀장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하드웨어 중심의 삼성전자가 경쟁 우위를 점할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반적으로 IT 업황을 낙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삼성전자를 제외한 다른 업체들의 반사이익 여부도 자신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