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살 때 골프채를 드는 순간 골프와 사랑에 빠졌다는 로리 매킬로이(22 · 북아일랜드)와 스무 살 때 골프를 시작한 양용은(39).천부적인 감각을 갖고 태어난 매킬로이와 뒤늦게 뼈를 깎는 노력 끝에 프로가 된 '늦깎이 골퍼' 양용은은 전혀 다른 환경과 방법으로 세계 정상급 선수로 발돋움했다.

6일 천안 우정힐스CC(파71)에서 열린 코오롱 제54회 한국오픈 첫날 US오픈 최종라운드에 이은 4개월 만의 '리턴 매치'에서 양용은은 4언더파 67타로 리키 파울러(23)와 공동선두에 나섰고 매킬로이는 1타차 공동 3위에 포진했다.

매킬로이와 양용은은 자라온 환경만큼이나 골프에서도 극명하게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매킬로이는 320~330m를 넘나드는 폭발적인 드라이버샷을 과시한 반면 양용은은 거리에서 50m가량 뒤처졌다. 파5홀에서 양용은은 하이브리드나 우드로 간신히 '2온'을 하는 반면 매킬로이는 아이언으로 가볍게 이글 찬스를 만들었다. 그래도 양용은은 파5홀 3개에서 모두 버디를 잡았다. 매킬로이는 버디 2개,보기 1개를 기록했다.

매킬로이는 시종 미소 띤 얼굴과 여유 있는 자세로 골프를 즐겼다. 이날 티오프 전에도 여자 친구인 테니스 선수 캐롤라인 워즈니아키(덴마크)와 문자를 주고 받았다. 그는 "여자친구가 지금 베이징에 있어 시차가 맞아 연락하기 좋다"고 말했다.

반면 양용은은 프로가 돼서도 생계를 걱정할 정도로 '절박한 골프'를 쳐왔다. 양용은은 "매킬로이는 두 살 때 골프채를 잡았지만 난 스무 살에 시작했다. 사실 난 골프 스윙이 몸에 익지 않다. 나름대로 열심히 해서 제 스윙을 꾸려가고 있다. 리듬을 잃지 않기 위해 정신력으로 버티는 스타일이다. 슬라이스가 나든,훅이 나든 어떻게든지 그린에 올려 우겨 넣는다"고 언급했다.

그는 또 "가끔 매니저가 '퍼팅할 때 헤드업을 한다'고 지적하면 나는 '머리를 들고 치든 밑을 보고 치든 넣는 게 우선'이라고 말한다. 난 정식으로 배운 게 아니라 느낌대로 골프를 한다"고 말했다.

둘은 서로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매킬로이는 "양용은은 장타자가 아니지만 일관성이 있다. 4~5개의 하이브리드 클럽으로 짧은 거리의 한계를 정확성으로 극복하고 있다"고 평했다. 양용은은 "4개월 전보다 집중력이 더 좋아진 것 같다. 보통 더블보기를 하면 무너지는데 매킬로이는 바로 버디를 해서 선두권으로 올라오더라.세계 랭킹 3위가 그냥 된 게 아니다"고 칭찬했다.

둘의 공통점은 플레이가 속사포처럼 빠르다는 것.둘 다 연습 스윙은 딱 한 번만 하고 바로 샷에 들어갔다. 매킬로이는 "머릿속에 볼이 날아가는 이미지가 그려지면 주저없이 친다"고 했다. 양용은도 "모두 샷이 빨라 진행이 잘되고 좋았다"고 했다.

천안=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