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대표 관광지 명성 되찾자"…니가타는 1년 내내 '축제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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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리포트 - 온천ㆍ눈ㆍ사케의 고장 니가타 '세계 맛집 그랑프리'
대지진·原電사고 이후 訪日 외국인 33% 줄어…50년 만에 최악의 실적
음식축제에 한류 콘서트…폐가·폐교를 예술품으로
'雪國' 집필한 여관 상품화…국내외 관광객 유치 나서
대지진·原電사고 이후 訪日 외국인 33% 줄어…50년 만에 최악의 실적
음식축제에 한류 콘서트…폐가·폐교를 예술품으로
'雪國' 집필한 여관 상품화…국내외 관광객 유치 나서
일본 혼슈 주부(中部)지역에 위치한 니가타(新潟)현의 시바타(新發田)시.풍부한 수량의 온천과 스키장으로 유명한 일본의 대표적 관광지다. 이곳에서 지난달 24일부터 이틀간 이색적인 행사가 열렸다. '니가타 세계 맛집 그랑프리'가 개최된 것.일본 각 지역은 물론 한국 중국 몽골 이탈리아 등 세계 각국 요리 40여가지가 한꺼번에 선보였다.
니가타현에서 이런 행사를 개최한데는 절박한 이유가 있다. 지난 3월 대지진 때 발생한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폭발사고로 관광객의 발길이 뚝 끊겼기 때문이다. 후쿠시마현과 니가타의 행정구역이 붙어있다는 이유로 관광객들이 외면하고 있는 것.시부다케 히로시(澁武 容) 니가타현 국제관광국장은 "예상보다 많은 관람객이 모여 모처럼 시끌벅적했다"며 "니가타현이 안전하다는 것을 알리고 관광객을 다시 끌어오기 위한 이벤트로 맛집 그랑프리 대회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니가타현은 사실 뭐든 이야기가 되는 것이면 관광상품으로 개발 중이다. 나가타현 남쪽에 위치한 유자와 마을엔 갑자기 관광명소가 생겼다. 이곳엔 다카한(高半)이란 여관이 있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가와바타 야스나리(川端康成)가 1934년부터 3년간 머물며 그의 대표작인 설국(雪國)을 집필한 곳이다.
다카한은 그 자체로도 800년이나 된 유서깊은 여관이지만,그보다는 가와바타가 묵었던 일명 '안개의 방'을 70년이 지난 지금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전엔 문학도들이 아름아름 찾아왔었지만 최근 니가타현은 유자와에서 스키와 온천을 즐긴 뒤 여관에 들러 안개의 방을 관람하는 패키지 상품을 개발해 운영 중이다. 다카한은 기념관 옆 영화관에서 흑백영화로 제작한 설국을 하루 두 차례 상영하며 관광객 유치에 나섰다.
니가타의 농촌마을 도오카마치시는 폐가와 폐교를 새롭게 단장해 관광객을 끌고 있다. 전후 일본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도오카마치에도 젊은 층이 모두 도시로 떠났고 농촌엔 노인들만 남게 됐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미처 매매하지 못한 텅빈 집들은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했다. 도오카마치시 공무원들은 수십 건의 폐가 중 몇 곳을 선정해 대학생들과 함께 집 단장에 나섰다. 버려진 가옥은 내부 풍경이 바뀌면서 예술 작품으로 변신했다. 폐교인 사나다초등학교는 미술관으로 변했다. 강당에선 지방특산물을 사용한 카레 요리 등을 판다.
세키구치 마사히로(關口 正洋) 에치고쓰마아리협동기구 사무국장은 "폐교 등을 새로 꾸미는 데 한국과 중국 등의 예술가들도 찾아온다"며 "예쁘게 바뀐 폐가를 보고 집을 사려는 이들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니가타의 또 다른 명물인 일본 술(사케)을 만드는 양조장도 관광상품으로 등장했다. 나가타현의 양조장 숫자는 96개.각 양조장에서 생산하는 브랜드를 합치면 500개가 넘는다. 구보타(久保田),고시노간바이(越乃寒梅) 등 한국에서 인기있는 사케도 니가타산이다.
브랜드가 늘어나면서 치열해진 경쟁으로 차별화된 맛을 내는 사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사케를 시음하러 오는 관광객들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무라카미시에 위치한 다이헤이요양조장은 최근 자체 개발한 주조용 쌀인 '고시탄레이(越淡麗)'를 사용해 차별화에 성공,일본은 물론 외국에서도 관광객이 찾아오는 명소로 변했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로 일본 관광산업은 여전히 거센 후폭풍을 맞고 있다. 일본정부관광국(JNTO)은 올 상반기(1~6월) 방일 외국인 수가 총 283만3000명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32.6% 줄었다고 밝혔다. 이는 상반기 방일 외국인 감소폭으로는 50년 만에 최악의 실적이다.
복구에 자금이 집중되면서 관광예산도 줄어들었다. 올해 니가타의 관광사업 관련 예산은 총 18억7000만엔(286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1.7%가량 줄었다. 쓰나지마 도모코(綱島知子) 니가타현 국제관광실장은 "올해 처음 개최한 맞집 그랑프리와 한류 콘서트 등은 다른 지자체가 하지 못한 것"이라며 "관광객을 끌 수 있는 다양한 이벤트를 만들어 매년 열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 사케의 세계…'준마이 다이긴조', 정미율 50% 최고등급 쌀·누룩만으로 빚어
사케의 종류는 약 2000여개로 일본 내 웬만한 지역이 '지자케(地酒 · 지역술)'란 이름으로 사케를 만든다.
사케는 쌀의 도정률과 원재료에 의해 맛과 등급에 차이가 난다. '벼의 낱알을 얼마나 깎아냈느냐'는 정미율에 따라 '다이긴조(大吟釀)'와 '긴조(吟釀)''혼조조(本釀造)' 세 가지로 나뉜다.
정미율이 낮을수록 순도가 높은 좋은 술로 인정받는다. 정미율이 50%인 다이긴조는 와인의 그랑크뤼급으로 쳐주는 최고급 사케다. 다음 등급인 긴조는 정미율이 60%로 프리미엄급이다. 혼조조는 정미율이 70% 수준이다.
여기에 쌀만으로 만드는지,알코올을 첨가했는지에 따라 '준마이(純米)' 여부가 결정된다. 정미율 50%에 쌀과 누룩의 발효만으로 제조한 '준마이 다이긴조(純米大吟釀)' 등급은 최고급 사케로 쳐준다.
니가타=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