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편성채널의 무차별 광고영업이 시장질서를 흙탕물로 만들고 있다. 기업들은 종편사들의 광고 요청이 클 것이라고 생각해왔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한숨이다. 종편들은 정상적인 광고보다는 협찬에 주력하면서 기업 규모에 따라 수억원에서 많게는 수십억원의 협찬금을 강제 할당하듯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를 들어 S그룹은 모든 종편사들로부터 100억원대의 협찬을 요구받아 고민에 빠졌다. 종편사들은 이 그룹이 요구를 받아들이도록 한 뒤 이를 기준점 삼아 다른 그룹도 강하게 밀어붙이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종편이 광고보다 협찬에 주력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종편이 살아남으려면 적어도 한 해 1500억원의 매출이 발생해야 하는데 시청률을 토대로 하는 광고만으론 이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한 대기업 광고담당 임원은 "종편 시청률이 1%를 넘는다는 것은 수년간 불가능하다고 본다"며 "그런데도 7~10% 시청률을 기준으로 광고비를 책정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강한 불만을 터뜨렸다. 실제로 최근 미디어 설명회를 가진 한 종편은 프라임타임 광고단가를 지상파와 동일한 수준으로 제시해 참석자들을 놀라게 했다.

기업들이 이 같은 요구를 거부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최근 일부 언론사들이 종편 출자를 거부했거나 비협조적인 그룹을 대상으로 반MRO 캠페인이나 계열사 간 거래에 대한 비판 기사를 게재한 것도 광고협찬에 대한 압박용이라는 분석이 많다. 종편이 출범하면 저녁 뉴스에서 두들겨 맞고,아침 신문에서 다시 초토화될 것이 분명한 상황에서 협찬을 거부할 수 있는 기업이 과연 몇이나 될까.

기존 방송 광고시장에 주는 충격도 적지않다. 종편이 직접 영업에 나서자 SBS도 독자영업을 위해 지주회사 산하에 미디어렙설립기획단을 설치했다. 이쯤 되면 MBC도 직접 영업에 나설 것이 확실하다. MBC는 한발 더 나아가 신문 겸영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종편들이 신문-방송 협업식으로 '기업 두들기기'에 나서고 있는 마당에 앉아서 당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조폭 언론의 시대'가 열리는 꼴이다.

문제는 방관하고 있는 정부와 여당이다. 종편의 당초 정책 목표는 시간이 갈수록 불투명해지고 있다. 정부는 사업자를 4개사나 선정해 과당경쟁 구조를 만들어 냈고 벌써부터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민영방송사의 직접 영업을 금지한 법안은 아직도 표류 중이다. 정부와 여당이 이런 사태에 책임질 날이 언젠가는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