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주변에서 맞벌이하는 가정을 많이 볼 수 있다. 올해 2분기 통계청의 가계동향 조사에 따르면 2인 이상 도시 가구 중 39%가 맞벌이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부가 함께 벌다 보니 외벌이 가구보다 소득이 높고 저축할 수 있는 여력이 많은 게 사실이다. 외벌이 가구의 경우 월평균 소득이 361만원인 데 비해 맞벌이 가구는 484만원으로 123만원 정도 많다. 소득에서 소비를 뺀 저축 여력은 외벌이가 61만원인 데 비해 맞벌이 가구는 두 배 가까운 118만원이나 됐다.

통계 자료만 놓고 본다면 맞벌이 가구가 외벌이 가구보다 훨씬 경제적 여유가 많아 은퇴 준비도 더 잘할 것이라고 생각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여성가족부의 '2010년 가족실태 조사'에 따르면 경제적인 노후 준비 여부에 대해 맞벌이 가구의 47.3%만 그렇다고 답한 반면 나머지 52.7%는 아니라고 대답했다. 외벌이 가구는 44.7%가 준비하고 있다고 했으며 55.3%는 준비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맞벌이 가구의 지출을 분석해보면 오히려 혼자 버는 가구에 비해 환경변화에 따른 위험에 취약하다. 일반적으로 맞벌이 가구는 외벌이 가구에 비해 외식 비중이 높고 육아 및 교육 비용도 상대적으로 많이 쓰는 게 특징이다. 또 무리하게 대출받아 집을 사는 경우도 많다.

이처럼 평소 소비 규모가 크다 보니 자칫 실업과 같은 예기치 못한 사태가 발생하면 경제적 파산에 이를 수 있다. 2004년 미국에서 베스트셀러를 기록했던 '맞벌이의 함정(The Two Income Trap)'이라는 책은 맞벌이 부부 중 한 명이 실직하면 가계가 급속도로 위축돼 가계 파산 및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매커니즘과 사례를 소개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우재룡의 준비된 은퇴] 부부 함께 번다고 느긋해하다 '맞벌이 함정' 빠질라
맞벌이 가구가 오히려 함정에 빠지지 않고 충분한 은퇴준비를 하기 위해서는 보다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첫째,부부 중 한 사람의 소득은 갑자기 닥칠 수 있는 위험에 대한 대비나 미래 은퇴준비 등을 위해 저축하는 방향으로 현금흐름을 조절해야 한다.

둘째,부부 중 한쪽의 소득이 없어도 이전과 크게 차이 없이 살아갈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엘리자베스 워런 하버드대 교수는 '맞벌이의 함정'이라는 책에서 갑작스런 실직이나 질병으로 소득이 없어졌을 때 외벌이 가구보다 맞벌이 가구가 더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외벌이 가구의 경우 남편이 실직하면 대신 부인이 나가 상실된 소득을 메울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부부가 함께 은퇴준비를 설계하는 게 바람직하다. 맞벌이 가구는 부부가 따로 자산을 관리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다 보면 은퇴준비가 서로 중복되거나 비효율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맞벌이 가구의 은퇴 전 소비수준이 높기 때문에 은퇴 이후 필요한 생활비 역시 외벌이 가구보다 많다. 따라서 국민연금과 같은 기본적인 연금제도 이외에 개인연금이나 변액연금 등과 같은 금융상품을 활용해 충분한 연금자산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