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생명이 생명이기 위해서는 창조적 능력이 있어야 하는 거 아닐까?"

소설가 고(故) 박경리 씨(본명 박금이)는 대표작 《토지》에 이렇게 썼다. 그는 창조에 자신의 생명과 에너지를 모두 바친 작가였다. 1971년엔 유방암과 싸웠다. 시력과 체력이 떨어졌지만 신체적 한계를 이겨내며 집필에 몰두했다. 대하소설 《토지》는 43세부터 68세까지 25년을 쏟아부어 탄생시킨 작품이다. 1994년 10월8일 그는 강원도 원주 자택에서 《토지》 완간 축하잔치를 열었다. 17년 전 오늘이다.

박씨는 1926년 10월28일 경남 통영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그가 14세이던 때 어머니와 헤어져 재혼했다. 이 상처로 '동굴천장에 매달린 박쥐처럼' 외로운 어린 시절을 보냈다. 남편은 6 · 25전쟁 와중에 좌익으로 몰린 끝에 숨지고 말았다. 그는 이 같은 삶의 시련을 문학으로 승화시켰다. 후일 "묶여 있었던 의식이 종이에 소리 없이 폭발했다"고 회고했다.

1955년 《현대문학》에 단편 '계산'을 발표하며 등단한 그는 1962년 장편 《김약국의 딸들》로 전업작가 위치를 굳혔다. 2008년 5월5일 뇌졸중으로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문학정신은 살아있다. 《토지》의 배경인 경남 하동 평사리에서 열리고 있는 '제11회 토지문학제'(7~9일)에서 그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