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시장' 작동해야 전력대란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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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가 밑도는 요금, 과수요 불러
수급따른 변동요금제 도입하고 스마트그리드 보급 서둘러야
이승훈 < 서울대 경제학 명예교수 >
수급따른 변동요금제 도입하고 스마트그리드 보급 서둘러야
이승훈 < 서울대 경제학 명예교수 >
지난달 벌어진 충격적 전력대란은 전기의 소중함을 새삼 일깨워주는 계기가 됐다. 그런데 이 소중한 전력을 공급해주는 전력산업의 구조문제는 여전히 국민들의 관심 밖이다. 노조의 거센 반발에 부딪쳐 배전분할을 무기한 중단한 지 8년이다. 정부는 지난번 한국개발연구원(KDI) 용역으로 구조문제를 일단 정리했다고 말하지만 그 '일단 정리'의 본질은 결국 현재대로 두겠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경쟁도입을 권고하는데 한전과 전력노조는 한전 독점체제로 돌아갈 것을 주장한다. 확신이 없는 정부는 앞으로 나가지도 뒤로 되돌아가지도 못했다. 다만 그 동안 전력이 별 탈 없이 공급되는 데 안심하고 결국 무위(無爲)가 최선이라는 착각에 빠져들어 기형적 구조를 무책임하게도 8년 넘게 방치해 왔다. 그런데 전력대란이 터졌고 국정감사에서까지 기형적 구조가 지적됐다.
많은 사람들에게 불편을 끼친 순환단전은 전기요금을 정부가 인가하는 체제에서 쓰는 수단이다. 현재의 요금이 10이고 최대 공급능력이 900인데 전기를 쓰겠다는 수요가 1000이면 최소한 수요 100을 차단해야 광역정전을 막는다. 전력거래소가 임의로 수요 100을 차단한다면 한편에서는 게임을 즐기는 가운데 다른 한편에서는 긴급 수술환자가 정전으로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순환단전은 단전지역 내에서는 무차별적인 것이어서 상대적으로 덜 필요한 용도의 전기만 골라서 단전하지는 못한다.
그런데 전력시장이 작동한다면 이 문제는 쉽게 해결된다. 전기가 모자라면 시장은 그 시간대의 전력 요금을 예컨대 20으로 올릴 것인데 그렇게 되면 심심풀이로 게임을 하던 소비자는 스위치를 내리겠지만 긴급 수술환자를 치료하는 병원은 여전히 전력을 사용할 것이다. 순환단전과 마찬가지로 수요차단이 이루어진 것은 맞다. 그러나 이 수요차단은 강제적인 것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덜 필요한 용도에 전력을 쓰던 사람들이 스스로 스위치를 내린 결과이므로 느닷없는 순환단전 때와 같은 피해는 일어나지 않는다.
사람들이 전기요금을 항상 실시간대로 파악하고 있기가 어렵지 않느냐는 우려가 있지만,순환단전을 예고할 수 있다면 같은 방식으로 요금폭등을 알릴 수도 있다. 경쟁이 활성화된 전력시장에서는 소매사업자가 직접 알려준다. 앞으로 스마트그리드가 보편화하면 누구나 현재의 요금을 실시간대로 파악한 가운데 스위치를 켜고 끄게 되고,불요불급한 전력사용은 요금이 낮은 시간대에 이뤄지도록 미리 프로그램해 둘 수도 있다.
이번 전력대란의 근본 원인은 관리단계의 잘못보다는 팽창하는 수요를 따라잡지 못할 만큼 부족한 발전설비용량에 있다. 전기요금이 비정상적으로 낮게 유지되면서 기름 난방이 전기난방으로 바뀌는 등 값싼 전기는 값비싼 다른 연료를 큰 폭으로 대체하기 시작했다. 이 예상 못한 추가수요가 발전설비 부족 사태를 불러왔다. 우리는 2014년까지 세 번의 겨울과 두 번의 여름을 거의 현재의 발전설비만으로 견뎌야 하는데 원가에도 못 미치는 전기요금이 지속되면서 전기수요는 아직도 급증하는 중이다.
스위치를 올리더라도 올리는 대로 전력을 공급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긴요한 수요부터 충족해야 한다. 시장은 상품이 모자라면 그 값을 올려서 덜 필요한 수요를 잘라낸다. 전력도 마찬가지다. 공급능력을 확대할 수 없을 때는 수요를 줄이는 것만이 해법이고,가장 세련되고 효과적인 수요 감축 방안은 시장이다.
우선 요금을 원가 이상으로 올리고 용도 간 교차보조를 없애야 한다. 그리고 시간대별 수요 공급에 따라서 요금을 책정하는 전력시장의 도입을 마냥 미루지 말자.희생양 몇 명을 징계하고 관리체제를 강화하는 것만으로 수습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경쟁도입을 권고하는데 한전과 전력노조는 한전 독점체제로 돌아갈 것을 주장한다. 확신이 없는 정부는 앞으로 나가지도 뒤로 되돌아가지도 못했다. 다만 그 동안 전력이 별 탈 없이 공급되는 데 안심하고 결국 무위(無爲)가 최선이라는 착각에 빠져들어 기형적 구조를 무책임하게도 8년 넘게 방치해 왔다. 그런데 전력대란이 터졌고 국정감사에서까지 기형적 구조가 지적됐다.
많은 사람들에게 불편을 끼친 순환단전은 전기요금을 정부가 인가하는 체제에서 쓰는 수단이다. 현재의 요금이 10이고 최대 공급능력이 900인데 전기를 쓰겠다는 수요가 1000이면 최소한 수요 100을 차단해야 광역정전을 막는다. 전력거래소가 임의로 수요 100을 차단한다면 한편에서는 게임을 즐기는 가운데 다른 한편에서는 긴급 수술환자가 정전으로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순환단전은 단전지역 내에서는 무차별적인 것이어서 상대적으로 덜 필요한 용도의 전기만 골라서 단전하지는 못한다.
그런데 전력시장이 작동한다면 이 문제는 쉽게 해결된다. 전기가 모자라면 시장은 그 시간대의 전력 요금을 예컨대 20으로 올릴 것인데 그렇게 되면 심심풀이로 게임을 하던 소비자는 스위치를 내리겠지만 긴급 수술환자를 치료하는 병원은 여전히 전력을 사용할 것이다. 순환단전과 마찬가지로 수요차단이 이루어진 것은 맞다. 그러나 이 수요차단은 강제적인 것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덜 필요한 용도에 전력을 쓰던 사람들이 스스로 스위치를 내린 결과이므로 느닷없는 순환단전 때와 같은 피해는 일어나지 않는다.
사람들이 전기요금을 항상 실시간대로 파악하고 있기가 어렵지 않느냐는 우려가 있지만,순환단전을 예고할 수 있다면 같은 방식으로 요금폭등을 알릴 수도 있다. 경쟁이 활성화된 전력시장에서는 소매사업자가 직접 알려준다. 앞으로 스마트그리드가 보편화하면 누구나 현재의 요금을 실시간대로 파악한 가운데 스위치를 켜고 끄게 되고,불요불급한 전력사용은 요금이 낮은 시간대에 이뤄지도록 미리 프로그램해 둘 수도 있다.
이번 전력대란의 근본 원인은 관리단계의 잘못보다는 팽창하는 수요를 따라잡지 못할 만큼 부족한 발전설비용량에 있다. 전기요금이 비정상적으로 낮게 유지되면서 기름 난방이 전기난방으로 바뀌는 등 값싼 전기는 값비싼 다른 연료를 큰 폭으로 대체하기 시작했다. 이 예상 못한 추가수요가 발전설비 부족 사태를 불러왔다. 우리는 2014년까지 세 번의 겨울과 두 번의 여름을 거의 현재의 발전설비만으로 견뎌야 하는데 원가에도 못 미치는 전기요금이 지속되면서 전기수요는 아직도 급증하는 중이다.
스위치를 올리더라도 올리는 대로 전력을 공급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긴요한 수요부터 충족해야 한다. 시장은 상품이 모자라면 그 값을 올려서 덜 필요한 수요를 잘라낸다. 전력도 마찬가지다. 공급능력을 확대할 수 없을 때는 수요를 줄이는 것만이 해법이고,가장 세련되고 효과적인 수요 감축 방안은 시장이다.
우선 요금을 원가 이상으로 올리고 용도 간 교차보조를 없애야 한다. 그리고 시간대별 수요 공급에 따라서 요금을 책정하는 전력시장의 도입을 마냥 미루지 말자.희생양 몇 명을 징계하고 관리체제를 강화하는 것만으로 수습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