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 외환銀 인수대금 1조 깎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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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지적…론스타 상고 가능성 낮아
양측, 가격조정 협상 앞두고 주도권 싸움
양측, 가격조정 협상 앞두고 주도권 싸움
하나금융지주가 서울고법의 유죄 선고로 외환은행 대주주 적격성을 사실상 잃은 론스타에 외환은행 매각 대금을 상당폭 깎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금융계 일각에선 4조4059억원인 외환은행 매각대금을 주가 하락폭 등을 반영,1조원 정도 낮춰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론스타는 매각대금을 유지하기 위해 대법원에 재(再)상고하는 카드를 검토 중이지만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1조원은 깎아야"
금융계의 인수 · 합병(M&A) 전문가들은 "최근 외환은행 주가 급락과 가치 하락,론스타 대주주 자격 상실 등을 반영해 하나금융이 인수가격 조정협상을 벌여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 관계자는 "매매단가 1만3390원은 7일 종가보다 72.8%나 높은 수준"이라며 "현재 경영권 프리미엄이 과도하게 높은 만큼 통상 경영권 프리미엄 30~40% 수준으로 매매단가를 하향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M&A 전문가들은 외환은행 주식 51.02%(3억2904만2672주)에 대한 적정 매각대금을 3조4000억원대로 보고 있다. 주당 가격은 1만350원 수준이다. 지금(1만3390원)보다 22.7% 정도 낮춰야 한다는 얘기다. 한 전문가는 "유죄 선고로 론스타는 외환은행의 대주주 자격을 상실한 만큼 협상 파트너로서 중대한 귀책사유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하나금융은 공식반응을 일절 내놓지 않고 있다.
◆론스타 '시간 벌기'나서나
론스타는 재상고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론스타가 재상고하면 대법원이 다시 선고를 할 때까지는 '론스타 유죄'가 법률적으로 최종 확정이 안돼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는 수개월간 더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 하나금융의 가격 인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서 시간을 벌게 된다. 하반기 예정된 하이닉스 매각 이익도 거둬들이면서 하나금융 이외의 인수자 물색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론스타가 재상고를 포기할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 론스타에 법률 자문을 맡고 있는 김앤장의 한 변호사는 "일부 언론에서 재상고 가능성을 얘기하고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하나금융이 가격을 1조원 가량이나 깍으려고 한다는 것에 대해 "그렇게 까지 요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글로벌 경기침체나 은행산업 전체가 망가질 정도가 돼야 가격을 조정할 수 있지만 현재 주가 하락은 계약서상 매매 대금을 조정할 수 있는 근거에 해당하지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김앤장의 한 변호사는 "상고를 해도 결론이 달라질 가능성이 거의 없어 론스타엔 실익이 별로 없다"며 "분위기를 떠보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론스타는 지난 9월에도 증권거래법의 '양벌규정'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을 청구하겠다고 밝혔지만 실행하지는 않았다.
◆당국 "상고해도 매각명령 가능"
론스타가 재상고를 한다고 해도 론스타의 의지대로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가 지연될지는 미지수다. 고법의 유죄 선고로 금융당국의 부담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론스타가 재상고를 하더라도 대법원 결과에 관계없이 기존 서울고법 유죄 선고를 근거로 금융위원들이 재량적으로 론스타의 대주주 자격을 박탈하는 방법이 있다"며 "어차피 론스타가 승소할 가능성은 거의 없고 현재로서도 죄가 없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론스타의 상고 여부에 관계없이 대주주 적격성 충족명령과 10% 이상 지분에 대한 강제매각 명령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얘기다.
만약 론스타가 재상고를 한다면 대법원은 이미 파기환송된 사건이기 때문에 이른 시일 내에 확정 선고를 하게 된다. 금융당국이 대법원 선고 이전에 강제매각 명령을 내린다면 론스타는 금융당국을 상대로 강제매각 처분에 대해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낼 것으로 보인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