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TV 와우넷 전문가들은 주가의 단기 등락에 부화뇌동하지 말고 인내심을 가져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상승 조짐을 보이다가도 하루 2~3%씩 폭락하는 장세가 반복되면 어렵게 쌓은 수익을 한꺼번에 잃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뚜렷한 바닥 징후가 나오기 전까지는 현금을 아껴두라는 주문이다.

반등 신호로서 기술적 지표의 신뢰는 이미 크게 떨어진 상태다. 한국 증시는 지난 8월 이후 주가자산비율(PBR)이 1.2배 아래의 '매력적인'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유럽계 자금 이탈에는 브레이크가 없었다. 코스피지수는 지난 8월 11.8% 떨어진 데 이어 9월에도 5.9% 추가로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대외 이슈에 휘둘리는 상황에서 우선 주목해야 할 지표로 환율을 꼽았다. 원 · 달러 환율은 지난 7일 달러당 1278원50전으로 12원80전 급락했지만 9월 한달에만 110원 오르는 등 대외 이슈에 취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런 환율이 하향 안정곡선을 그리기 시작한다면 바닥 신호로 받아들여도 좋다는 평가다. 수급 측면에서는 썰물처럼 빠져나갔던 외국인이 되돌아오는 표식으로 정유와 화학주의 움직임을 눈여겨 볼 것을 추천했다.

◆환율 1150원은 돼야

와우넷 전문가인 서동구 대표는 "환율의 하향 안정화를 반등 판단의 신호로서 눈여겨 봐야 한다"며 "최소한 1150원 아래로 진입하는 것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환율이 떨어지는 시점이 유럽 재정위기에 대한 공포가 완화되는 시점과 일치할 것이란 논리에서다.

원 · 달러 환율의 안정세는 유로 · 달러 환율의 하락과 함께 나타날 개연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유로 · 달러 환율이 현재 유로당 1.3달러를 웃도는 상황에서 1.25~1.28달러 수준으로 떨어지는 타이밍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안전자산의 대장' 달러화가 약세로 방향을 트는 움직임으로 해석할 수 있어서다.

그러나 단기간 내 환율이 안정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평가다. 정용택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럽 은행권의 달러 차입비용이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며 "이런 움직임은 유럽계 자금의 추가 유출을 자극하면서 환율 변동성을 더욱 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유럽 은행들의 유동성 문제는 '유럽 은행 간 단기대출 금리와 미국 국채금리 간 차이(TED 스프레드)' 혹은 유럽 은행들의 달러 유동성 지표(OIS 스프레드)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 지표들이 개선(축소)되면 그만큼 유럽 금융회사들의 자금사정도 여유가 있어진다는 긍정적 신호다.


◆정유 · 화학株가 수급개선 지표

국내 증시 수급의 초점은 여전히 외국인이다. 유럽계 자금의 대규모 이탈이 마무리되고,다시 외국인의 귀환이 시작된다면 증시는 본격적으로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

황현달 대표는 이런 관점에서 정유주와 화학주의 움직임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기관의 손절매 물량으로 주가가 크게 하락한 상황에서 연속성을 지닌 반등이 나온다면 유럽발 공포가 변곡점에 다다른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외국인의 지속적인 국내 주식 현 · 선물 매수가 들어올 때 화학과 정유주가 반등 추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말했다. 대표적으로 지켜볼 종목으로는 OCI와 S-OIL을 꼽았다. 이 밖에 고점 대비 50% 이상 하락한 다른 경기민감주들도 '외국인 귀환'의 신호로 삼을 것을 권했다.

화학주와 정유주는 대표적 위험자산인 세계 원자재 가격의 움직임과 맥을 같이 한다. 따라서 국제 상품지수인 CRB지수의 움직임도 눈여겨봐야 할 항목이다. CRB지수가 연중 최저 수준에서 본격적으로 상승한다면 정유 · 화학주 반등의 선행지표 역할을 할 수 있다.

◆반등 신호 나올 시기는

전문가들은 유로존 문제 해결을 위한 각국의 공조 노력이 주가 반등의 촉매가 될 것으로 봤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유동성 공급 발표가 지난 7일 국내 증시의 가파른 상승을 이끈 것처럼 향후 주가 바닥을 높여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했다.

당장 주목할 만한 이벤트는 오는 15일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다. 서 대표는 "G20 회의에서 또 한 차례의 강력한 국제 공조 의지가 표명된다면 반등 모멘텀이 강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태양 이강해 팀장은 "주가가 바닥을 찍으려면 유로존 금융회사들의 자본 확충과 더불어 미국의 경제지표 개선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며 "10월 중순께는 이런 조짐들이 나타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와우넷전문가들은 대체로 유럽문제가 무난한 해결수순을 밟을 경우 1640선은 지켜질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기업들의 3분기 실적도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중요한 변수로 꼽힌다. 정 연구원은 "10일부터 미국의 어닝시즌이 시작되는데 금융 부문을 제외하면 기업들의 이익 전망이 크게 나쁘지 않다"며 "경기민감주의 실적이 견조한 것으로 확인된다면 세계 경기에 대한 우려 진정에 일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